◎푸코·알튀세르 비견되는 불 대표지성/「아비투스」라는 개념사용 구조와 행위 통합모색/다층화 현대사회해부 적절한 패러다임 “각광” 프랑스 사상계를 이끄는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65)의 사상과 이론을 국내에 소개하는 출판활동이 본격화하면서 학계의 연구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부르디외는 미셸 푸코, 루이 알튀세르에 이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이자 사상가. 최근 유럽과 미국, 일본학계에서 그에 대한 연구가 심도있게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에도 그의 초기 저서 「자본주의의 아비투스―알제리의 모순」(동문선간)이 최종철(서울대 지역종합연구소 특별연구원)씨에 의해 번역, 출간됐다. 이에 앞서 구조주의를 비판한 「혼돈을 일으키는 과학」도 지난해 초 솔출판사에서 나왔다.
동문선은 앞으로 20여권에 이르는 대표저서를 점차적으로 번역, 출간할 예정이어서 미미했던 부르디외연구의 토대가 마련되게 됐다. 사회학 인류학 언어학 정치학 철학 미학 문학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독창적 연구방법론으로 정립한 그의 이론은 난해함등 때문에 국내학계의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그에 대한 세계 학계의 평가는 포스트모더니즘 선풍을 불러일으켰던 푸코에 비교될 만큼 뜨겁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70년대 「부르디외학파」가 등장, 비판사회학계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92년 그가 시카고대 경제학자, 버클리대 인류학자들과 벌인 대담을 정리한 「답변들」이 출간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또 일본도 이미 70년대에 그의 대표저서 20여권이 모두 번역됐을 정도로 연구수준이 높다.
이같은 관심은 「구조와 행위의 이분법을 지양한 제3의 방법론 모색」이라는 그의 야심찬 지적 모험에서 비롯된다. 철학에서의 「주체와 객체」, 사회과학에서의 「자원주의와 구조주의」의 대립은 서양 지적전통에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특히 세계의 사회과학계가 인문학적 상상력 위에서 현실을 해부하는 기든스, 하버마스, 푸코등 사변적 사회철학자들과 경험적 연구를 토대로 한 사회공학적 사회과학자들로 양분돼 있지만 부르디외만은 독자적인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그가 구조와 행위의 통합을 모색하면서 사용하는 개념은 「아비투스」(HABITUS). 우리말로 「성향」이나 「습성」으로 해석되며 인간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적 기제나 사물을 지각하는 방식, 문화적 기호등을 의미한다. 구조에 의해 일방적으로 인간행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비투스는 구조와 행위를 매개하고 상호작용한다. 이번에 나온 「자본주의의 아비투스…」는 부르디외가 50년대 후반 알제리에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민속학적 연구보고서로 아비투스개념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기현(경희대 사회학과강사)씨는 『부르디외의 이론과 사상은 마르크시즘이 쇠락하고 세계화·다층화하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분석하는데 적절한 대안적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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