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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오수룡씨 33년만에 누나·동생만나 “정말 누님 맞습네까”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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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오수룡씨 33년만에 누나·동생만나 “정말 누님 맞습네까”눈물

입력
1995.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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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북송 못말려 평생후회/죽어도 여한없어… 힘껏 살자“ 『어디 갔다가 이제 왔어…』 『평생 못볼줄 알았는데 이게 정말 누님이 맞습네까』

 지난달 27일 귀순한 북송 재일동포 오수룡(61)씨가 27일 하오 서울 소피텔 앰배서더호텔에서 누나 경자(63·도쿄거주)씨와 동생 삼룡(51·고베시거주)씨의 품에 안겼다. 「젖과 꿀이 흐르는 나라」라는 조총련의 선전에 속아 북송선을 탄지 33년만이다.

 오씨가 누나와 동생을 껴안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동안 오씨의 부인 김초미(54)씨와 외아들 명선(31)씨도 몰래 눈물을 훔쳤다.

 『일본의 가족들이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저희 일가족은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오씨는 청진에 입항하자마자 김일성숭배교육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고 말했다.

 부인 김씨는 처음보는 시동생과 시누이를 껴안고 『북한이 노동자의 천국이라는 오빠말만 믿고 북송선을 탔다가 지독한 가난과 차별대우 때문에 오직 탈출 일념으로 목숨을 부지해 왔다』며 울음을 삼켰다.

 『7년과 9년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가 숨을 거둘 때까지 형을 말리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는 삼룡씨의 말을 듣고 오씨는 또 한번 통곡했다. 오씨의 부모는 일제시대 일본에 건너가 2남1녀를 두었는데 일본에 남은 경자씨 남매는 아직 한국국적을 갖고 있다.

 재롱을 떠는 조카손녀 인화(4) 수화(2)양을 부둥켜안은 경자씨는 『살아생전에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이제 마음 편히 먹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고 동생을 위로했다.

 오씨는 오누이의 손을 부여잡고 호텔을 나서며 『따뜻이 반겨준 조국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힘껏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일본 고베시 출생인 오씨는 메리야스공장 비닐재생공장등에서 공원으로 일하다 62년 2월 북송돼 신의주 채하철제품 창고장등으로 일했으며, 부인 김씨는 60년 7월 북송돼 북한에서 오씨를 만나 결혼했다.<고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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