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의 기회인가,시련인가/매출목표 하향조정등 대책마련 전전긍긍 업계에 「양고비상」이 걸렸다. 현대그룹은 27일 정세영회장 주재로 그룹사장단회의를 열어 엔고및 원고대응책을 협의, 각사별 매출및 경상이익을 긴급 점검하는등 중장기대책마련에 나섰다. 현대그룹은 이날 회의에서 양고현상으로 약1%의 매출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초호황기에 매출목표액을 줄여야 하는 아픔을 감수키로 한 것이다.
양고비상은 현대에 국한된게 아니다. 모든 재벌그룹들이 대책마련을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어려움이 더 크다.
엔고현상과 원고현상의 동시진행에 따른 「양고현상」으로 국내업계가 전체적으로는 초호황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개별기업별로는 속앓이가 심하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생산설비와 기술 핵심부품등을 가져와 국내에서 물건을 생산, 미국에 수출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업종별 기업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설비·부품―일본, 시장―미국(비일본)」의 구조다. 자동차 가전등이 대표적이다. 생산설비와 핵심부품을 들여올 때는 엔고로 깨지고, 물건을 팔때는 원고로 얻어맞기 쉬운 형국이다.
물량을 제때 대지 못할 정도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수출가격이 1만달러, 부품의 일본의존도가 1천달러인 상태에서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8백50원에서 7백50원으로 내렸고(가치는 상승) 엔화환율은 1백엔당 8백원에서 9백50원으로 올랐다고 하자. 엔고로 미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이 내리면(가치는 상승) 원화의 대엔화환율은 올라간다. 이 경우 일본에 지불해야 할 부품값은 80만원에서 95만원수준으로 약15만원 많아진다. 반면 수출대금은 8백50만원에서 7백50만원으로 1백만원 적어 진다. 엔고와 원고의 동시진행으로 자동차 1대당 1백15만원의 환차손을 보게 되는 셈이다. 이것은 터무니없는 가상이 아니다. 원화의 대미달러환율과 대엔화환율(1백엔당)은 27일 현재 각각 매매기준율이 7백61원80전 9백9원61전이다. 대부분의 외환전문가들이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연말에는 7백50원선, 대엔화환율(1백엔당)은 9백50원선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초만 해도 각각 8백원선이었다.
산업연구원(KIET)에 의하면 국내 제조업체의 부품 대일의존도는 ▲영상·음향기기 22.5% ▲전자기기 22.4% ▲컴퓨터·사무기기 18.1% ▲정밀기기 15.7% ▲특수산업용기계 11.1% ▲수송기계 10.1%등이다.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부품은 대부분이 일본업체들만이 생산하고 있는 것들이다. 공급독점상태에 있는 것이다. 공급자가 가격을 올려도 꼼짝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원장 김중웅·김중웅)은 엔화가 연말까지 18%(82엔), 원화가 5%(7백50원) 절상될 경우 1차연도(95년)에는 무역수지를 6억9천만달러 개선시키는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다음해부터는 무역수지를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차연도의 무역수지악화폭은 5억4천만달러, 3차연도 8억5천만달러, 4차연도 10억3천만덜러등이다. 경제성장률 기여효과도 3차연도까지는 0.11∼0.47%에 이르겠지만 4차연도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분석은 「양고현상」의 허와 실을 계량화한 것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승용차 타이어 목재 신발등의 경우 이미 환율손익분기점(달러당 원화환율)을 넘어서 버렸다고 밝혔다.<이백만 기자>이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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