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집권세력은 진실왜곡·민족정신 말살”/역사 바로잡는 학문의 길 제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역사가만의 책임이 아니다. 그것은 진리를 추구하며 정의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의 특권이며 책임이기도 하다. 특히 백성을 억압하던 폭군이 지배하거나 불의한 세력이 사회를 혼미에 빠뜨리고 학자들의 양심과 양식이 삐뚤어져 있던 시대의 역사는 왜곡되어 전승되기 마련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의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비록 그것이 수백년전의 사건이었다 하더라도 오늘을 밝혀주는 지혜일 뿐 아니라 바른 가치관을 제공해 주는 중요한 작업이다.
「김종직 도학사상(김종직 도학사상)」의 저자 신학상선생은 교육자로 일생을 보내시면서 민족의 사상과 정신을 밝히려고 온 힘을 쏟고 있는 분이다. 이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작년에는 40여년에 걸친 노력 끝에 「사명당의 생애와 사상」을 출판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 책은 조선초기 세종조에 태어나 성종 23년에 62세로 세상을 떠난 김종직(1431∼1492)의 사상을 중심으로 당시 여러가지 정치적 변란과 그 배경이 되고 있는 도학사상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거역사의 기록이 집권자의 의도 또는 집권세력의 입장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역사의 실체도, 역사의 진실도 밝혀지지 못했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고려사 고려사절요 또는 계유실록이나 세조실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성계의 군사혁명으로 건국초 조선은 초기역사에서부터 근친간의 살육이 이어지는 불행한 사건의 연속이었고, 끝내는 수양대군이 조카의 왕위를 찬탈하는 상황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단종의 복위를 꾀하던 유학자들이 70여명이나 죽음을 당하는 비극은 단순한 왕권의 수호문제가 아니었다. 1457년에 27세의 김종직은 「조의제문」(항우가 의제를 죽여 강물에 던져버린 사건을 두고 의제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지어 단종의 억울한 죽음을 비유하였다. 이 글이 훗날 연산 4년에 일어난 무오사화의 발단이 될 줄 김종직은 몰랐을 것이다.
이 책의 중심은 김종직의 생애와 사상이지만, 우리에게 새롭게 교훈을 주는 것은 학자의 양심과 정의가 어떻게 역사를 바로잡는 원동력이 되며, 학문이 가야 할 올바른 길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는 점이다. 불의한 집권세력은 끝내 역사를 왜곡할 뿐 아니라 민족의 정신까지도 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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