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량 작년비 23%늘어 활황세 회복/환차손·자재값 상승 “실속은 별볼일” 「슈퍼 엔고」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수주가 활기를 띠고 있다.
올들어 지난 3월말까지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1백24만1천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 늘어난 것이다. 1월 31만2천톤, 2월 43만5천톤, 3월 49만6천톤으로 매월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중공업이 이 기간에 7척을 수주했고 대우와 삼성은 5척, 한라 3척, 한진 1척등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 1·4분기중 수주한 배는 모두 34척으로 대부분 업체들이 97년 상반기까지의 건조물량을 모두 확보해놓은 상태다.
이는 엔화강세와 함께 최대 경쟁국인 일본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국내 조선업계가 도크를 증설해 그만큼 건조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엔화에 따른 반사이익이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 증가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국내 조선수주의 증가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에 일본 조선업계의 수주는 개점 휴업상태에 빠져 있다. 일본 해사익스프레스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일본 조선업계는 최근들어 계약직전에 수주가 무산되고 있으며 신규상담은 거의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조선업계는 달러당 85엔이하로 내려가면 대응불능상태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미 엔화는 달러당 70엔대에 접어든 추세여서 일본 조선업계는 『아연할 뿐』 『방책없음』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1·4분기중 일본 조선업계의 선박수주량은 2백53만4천톤으로 우리나라의 2배에 달했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가량 줄어든 것이며 이달부터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현지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조선업계는 알맹이 없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속이 없다는 것이다. 『수주는 늘어 일감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나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속을 차리지 못하는 이유는 선가는 바닥세인 반면 자재값은 치솟고 있고 인건비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데다 원화절상으로 이익은 줄어들고 있기때문이다.
조선업계의 경우 원고에 따른 환차손이 올들어 이미 2천억원대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대금을 받고있는 배의 수주는 대부분 달러당 7백90원대인 1∼2년전에 계약됐다. 그러나 현재 원화값은 달러당 7백60원선에 있어 그만큼 환차손을 보고 있는 것. 환율이 달러당 7백40원대까지 가면 5천3백억원의 매출감소와 3천5백억원가량의 이익감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선가도 92년8월 2천7백TEU(길이20피트짜리 컨테이너1개의 단위)급 컨테이너선이 4천8백만달러선이었는데 최근 이 값이 4천만달러선으로 떨어졌고 대형 벌크선도 91년8월 5천2백90만달러에서 최근 4천7백만달러선으로 하락했다.
한진중공업 이철이사는 『엔고이후 수주가 크게 늘고있는 것은 사실이나 원고로 효과를 잃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말에 비해 선가는 그대로인데 원화가치가 15%이상 오르는 바람에 그만큼 이익을 못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치솟고 있는 자재값때문에 이익을 낼 수가 없다. 국내에서 공급받는 후판값은 톤당 4백30달러가량이지만 국내 공급만으로는 부족해 유럽쪽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최근 톤당 6백달러까지 올랐다. 현대중공업 조형래(조형래)부장도 『엔고이후 세계 각국의 발주물량이 우리나라로 몰리고 있다. 97년 초까지의 물량을 모두 확보해 놓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와 벌크선의 수주가 좋다. 수주물량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으나 수지는 좋지 않다.
일본이 어려우면 좋아져야 하지만 아직 뚜렷하게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 자재값상승과 원화절상, 생산성을 따르지 못하는 인건비등이 그 원인이다. 엔고이익을 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는 물론 이익까지 내는 본격적인 호황국면에 진입할지의 여부는 올 하반기에나 가야 할 것 같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이종재 기자>이종재>
◎국내조선산업의 위치/작년 수출액 49억불… 시장점유율 일이어 2위/올 「슈퍼 엔고」타고 수주1위 복귀 중흥기 예상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현재 세계 2위다. 70년대중반부터 세계조선시장에 본격 뛰어든 국내 조선산업은 80년대중반까지 약 10%정도의 세계시장점유율을 보였으나 86년부터 20∼30%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일본에 이어 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급격한 엔화가치 상승으로 일본 조선업계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올해중 세계 선박수주면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제치고 1위자리에 올라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중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일본을 이기게 되면 93년에 이어 두번째 세계 1위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국내 조선소는 대형조선소 5대사를 포함해 모두 1백33개사. 고용인력은 지난해 모두 4만9백95명이다.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국내 조선산업은 국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막대하다. 76년 매출액과 부가가치가 각각 2천3백80억원, 1천20억원으로 전체 제조업대비 2%수준이었으나 85년에는 매출액 3조3천60억원, 부가가치 1조2천7백90억원으로 그 비중이 4%이상으로 늘었고 지난해의 비중은 5%대에 달했다. 지난 20여년동안 30%이상의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것이다.
국내 조선산업은 초창기부터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돼 수출확대와 무역수지개선에 큰 기여를 해왔다. 76년 선박수출이 2억8천만달러로 우리나라 총수출의 3.8%를 차지했고 86년에는 18억2천만달러로 증가하면서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로 늘었다. 지난해 수출액은 49억4천8백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6%를 차지하면서 주요 업종의 수출순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들어 국내 조선업계의 설비증설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대형유조선을 건조할 수 있는 독을 기준으로 한 설비능력은 현재 8개독인데 증설이 모두 이루어지면 12개에 달하게 된다. 이는 일본의 11개를 추월, 설비능력면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이 된다.
「슈퍼 엔고」와 함께 본격적인 중흥기를 맞게 된 국내 조선산업의 위치는 올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재렬 기자>이재렬>
◎전문가 진단/한국조선공업협 권영하전무/“수요 확충기… 조선업 앞날밝아/노사안정·기술개발 노력 절실”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과 환경라운드, 세계적인 선박의 대체수요등이 얽혀 국내 조선산업의 장래는 밝다. 우선 WTO의 출범은 세계교역을 촉진해 선박의 수요를 늘릴 것이고 환경문제는 해양오염방지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 선박의 안전을 위한 대체수요를 촉발할 것이다. 또 전세계 선박의 절반정도가 선령 15년이상이어서 세계적인 선박 교환시기도 임박했다.
우리 조선업계는 90년대 들어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 세계시장 점유율을 30%대로 높이면서 일본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조선 건조량은 6백만톤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양적인 측면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우리 조선업계지만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기업측면에서는 노사안정과 기술개발 생산성향상과 기자재의 표준화 및 사업의 다각화등이 시급하다. 노사관계가 불안하면 바이어는 어떤 조건에서도 발주를 꺼린다. 기술개발은 날로 고급화·첨단화하고 있는 세계 선박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분야다. 설계에서부터 최종 인도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인 생산관리기법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사업다각화도 시급하다. 조선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불황에 대비하는 조선업계의 다각화가 절실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도 아쉽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는 보완정책이 나와야 한다. 내수기반을 확충하고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며 해운산업활성화 대책도 보완돼야 한다. 선박금융이나 행정규제완화도 뒤따라야 한다. 금융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외국 선주와 상담할때 불리하다. 금융문제는 시황이 부진하거나 자금력이 부족한 제3국들과 상담할 때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엔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조선업계가 우리 조선업계를 앞서고 있는 것도 유리한 조건의 금융력때문이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슈퍼엔고의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원화가 절상되면서 엔고에 따른 반사이익이 상쇄되고 있다. 정부나 업계 모두 두차례 엔고를 겪은 일본 조선업계가 오히려 체질을 강화시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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