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포에게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자당과 통상산업부등 일부 부처와 기업쪽에서 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이중국적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 것을 계기로 찬성과 반대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중국적문제는 지난 87년 범양(범양)상선 외화도피사건의 주요 관련자들이 모두 이중국적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대상이 되었으며 새정부 출범때는 일부 각료들이 이중국적문제로 시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송재 연세대총장 때문에 이 문제가 다시 부각됐었다.◎“경쟁력강화” 정부·기업 도입주장에 열띤 논란/권리행사땐 내국인 의무이행땐 외국인 우려
종전의 이중국적문제에 대한 논란이 부작용과 악용사례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입장에서 접근됐다면 이번에는 개방화시대를 맞은 기업의 세계화를 지원하는 방안의 하나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과거 이중국적 논란은 이 제도의 악용소지를 우려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었다. 이중국적을 허용할 경우 출입국규제 및 관리에 어려움이 있으며 토지소유등 권리를 행사할 때에는 내국인자격으로, 납세나 병역의무등 의무를 이행할 때에는 외국인으로 행세하는등 기회주의적 행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은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중국적자들이 특례입학이나 외화도피등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왔다는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민자당과 통상산업부는 대한민국국적을 갖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외국국적의 취득을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고 외국에 살고 있는 우리 교포들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허용기준을 마련해 대한민국 국적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므로 과거와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 전반에 걸쳐 국경의 개념이 없어지고 있는 개방시대를 맞아 우수인력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교포들에게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운영상의 어려움을 들어 이중국적 취득을 계속 금지하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라고까지 말하고 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찬성/김인중 박사 산업연구원 일본연구센터/“기업 세계화경영 시대/교포 전문인력 활용 시급/국적정리없이 국내근무 허용을”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과 함께 온나라가 세계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이런 「현상」으로서의 세계화란 말 그대로 지구 전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제도등 모든 면에서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이 되는 동시에 전통적인 국경은 그 의미를 잃는다.
그러나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이러한 현상으로서의 세계화가 아니라 대응전략으로서의 세계화이다. 전략으로서의 세계화는 우리나라가 세계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국가발전전략인 동시에 목표로서, 경제분야 특히 기업세계화가 그 핵심이다. 경제·기업이 세계화하지 않고서는 한 나라의 세계화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업세계화가 전략적으로 잘 추진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전문인력조달인데, 그 방안의 하나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해외교포활용이다. 해외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교포 1.5세나 2세 3세등을 국내기업에 고용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기업들은 기업세계화의 일환으로 해외지사에서 현지교포를 포함한 전문직 외국인의 채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들을 국내본사에서 근무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내 30대기업이 해외에서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수는 모두 7만명정도인데, 이중 해외교포 및 외국인전문가가 3천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의 국내고용은 이중국적문제등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중국적처리지침」에 따라 이중국적의 해외교포가 국내에서 장기간 체류하게 되면 외국인으로 처리되어 당사자는 물론 기업도 세계경영 차원에서도 많은 애로가 있는게 현실이다. 현제도상 우리 교포가 외국인으로 처리되면 체류비자를 얻는 데만도 1∼2개월이 소요되고 있다.
다만 유치 과학자 및 그 가족에 대해서는 고급두뇌의 국내유치차원에서 만18세이상이라 하더라도 국적정리를 강요하지 않는 특례가 있을뿐이다.
현재 영국 이스라엘등은 이중국적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타이완도 해외화교가 국적을 취득하는 것을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폐쇄적이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은 이중국적제도를 인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전문기술과 기능을 보유한 외국인은 가능한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하려 하고 있다. 특히 일본계 2세에 대해서는 「일본인의 배우자등」으로서, 일본계 3세에 대해서는 「정주자」로서의 입국 및 체류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들의 일본체류활동에 아무런 제한을 가하지 않고 있다.
세계화시대에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원부자재뿐만 아니라 기술 인력등 생산요소까지도 원활히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때 「국내유치 과학자 특례규정」의 범위를 보다 확대하여 전문경영능력이나 우수한 기능을 보유한 해외교포까지도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유치 과학자 특례규정」에 따라 혜택을 받고 있는 과학자는 현재 극소수에 불과하다. 법률의 사문화보다는 규제완화 차원에서 현실성있게 관련규정을 개정하여 정부도 기업의 세계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전문경영능력과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교포의 이중국적자에 대해서는 국적정리를 하지 않고서도 장기간 국내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얼마전 모대학 총장이 이중국적 문제로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 이중국적이 큰 문제가 안된다고 본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실례에 비추어 볼때 우리의 의식구조가 세계화되기에는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
다만, 이중국적을 무분별하게 허용하면 출입국관리상 많은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출입국관리상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면서 기업의 세계경영에 필요한 고급인력이 원활히 충원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국내에서 기업세계화 관련 전문인력양성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약력
▲경기 화성(38) ▲중앙대 경제학과 ▲산업연구원입사 ▲고베(신호)대학 유학 ▲경제학박사학위 취득 ▲산업연구원 일본연구센터 부연구위원
◎반대/이장희 교수 한국외국어대 법학과/“병역의무 기피등 악용 소지/기회주의자가 공무원 될수없어/영주권 부여등 다른방안 마련을”
지난 3월25일 민자당은 당차원의 세계화추진 과제로 해외교포들의 이중국적허용문제를 검토했다는 소식이다. 이중국적 허용문제는 교민청 신설과 더불어 주로 미국에 거주하는 해외교포들의 오랜 민원사항중의 하나다. 그러나 그동안 외무부와 법무부는 몇차례의 실무적 검토끝에 이중국적은 국제적 관례도 없을 뿐더러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공식입장을 취해왔다.
이중국적 허용론의 골자는 우수한 해외교포들에게 본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허용론자들은 또 이중국적 허용의 부정적 요소로 지적돼온 해외재산 반출문제도 역이민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중국적을 허용하는데는 다음과 같은 많은 문제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이중국적 허용은 어느 나라에 충성을 맹세해야 하느냐는 병역법 적용 문제를 제기한다. 이중국적자를 국민으로 인정할 것인가, 외국인으로 인정할 것인가. 「이중국적의 경우에 있어서의 병역의무에 관한 의정서」(1930년)는 이중국적자가 국적을 가진 일방국가에 상주해 그 국가와 사실상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타방 국적소속국은 그 사람에게 일체의 병역의무를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한미 이중국적자의 경우 미국에 상주하고 생활본거지가 미국에 있을 때에는 한국은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 이는 곧 이중국적이 현상황에서는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얼마든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 각종 선거법 적용에 있어 이중국적자를 국민으로 취급해 선거권 피선거권을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공무원법 적용에 있어 이중국적자가 공무원으로 취임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해외에 생활 근거를 두면서 필요에 따라 한국을 방문하는 기회주의자에게 과연 국가기밀을 포함한 중차대한 공무를 맡길 수 있겠는가.
셋째, 이중국적자가 제3국에서 부당 또는 불법대우를 받았을 때 어느 나라가 그 사람을 자국인으로 인정하여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외교적보호권 행사는 자주 국제분쟁을 야기하곤 했다. 민족통일을 앞둔 한국의 경우 교포의 대부분이 주변 4대국에 거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중국적 허용은 4대국과 외교마찰로 비화되기 쉽다. 국제법도 가능한한 이중국적을 줄여 분쟁을 막자는 입장이다.
넷째, 국제적으로 이중국적 허용국은 거의 없다. 예외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이스라엘은 특수한 역사적 사정을 가진 나라이다. 해외거주하는 한국교포가 모두는 아니더라도 해외거주 이스라엘인과 비교할 수 있는 시민의식을 갖추었다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다섯째, 이중국적 허용은 해외교포들이 남한과 북한을 동시에 방문할 수 있게 한다. 국내거주 한국인이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이중국적을 가질 수 있어 국가안보 및 남북관계법과의 저촉문제가 제기된다.
여섯째, 이중국적 허용은 자칫하면 교포에게 참정권을 부여하여 교포사회를 분열시킬 우려가 있다. 이는 최근 미국교포들의 이중국적 주장이 미국내 교포사회에 제2의 조총련을 결성하려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이중국적 허용문제는 흑백으로 간단히 논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그러나 앞서의 문제를 고려할 때 교포문제 해결을 위한 교민청 신설은 찬성하나, 해외교포에게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것은 현단계로서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중국적 허용이라는 모험을 택하기보다는 3년전 제출된 국적법개정안을 좀 더 전향적으로 수정, 조속히 입법화하거나 해외교포의 편의를 위해 부동산소유연한의 연장, 체류기간 연장, 외화반출을 포함한 재산권 행사완화등을 골자로 현행 관련법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일정요건을 갖춘 해외교포에게는 단순한 외국인의 지위와는 다른 영주권을 부여하여 그들이 고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력
▲경북 경주(45) ▲고려대 법대졸 ▲서울대 대학원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 ▲대한국제법학회부회장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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