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이후 사망작가 소급보호는 결국 100년전 책도 저작권료 지급/개도국 효력발생 유예권도 포기” 문화체육부가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에 따라 57년이후 사망한 저작자들의 저작권을 소급보호하는 내용이 골자인 저작권법 개정안을 지난 21일 발표한데 대해 출판계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외국 저작물도 국내 저작물과 동등하게 보호키로 함에 따라 번역물이 많은 학술·문학분야 출판사를 중심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문체부 주최로 26일 하오 2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저작권법개정안 공청회에서도 이같은 위기의식과 우려가 표명됐다.
문체부의 개정안설명과 출판 음악 방송 및 학자 변호사등 각계 전문가 10여명의 토론순으로 진행된 공청회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청광(53·동국출판사사장) 저작권대책위원회위원장은 『개정안대로라면 결과적으로 1백년전에 나온 책에 대해서도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심각성을 지적한 뒤 『출판문화가 선진화할 때까지 법적, 경제적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96년 발효예정인 개정안은 우리나라가 87년 세계저작권협약(UCC)에 가입하면서 그 이후 공표된 저작물에 대해서만 저작자의 사후 50년동안 저작권을 보호해온 국내법 규정(87년 개정)을 삭제했다.
이는 WTO 체제에 흡수돼 있는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과 베른조약에 근거를 둔 것으로 87년이전의 저작물에 대해서도 저작자 사망후 50년간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개정안 발효일을 기준으로 최대 1946년 이후 사망자의 저작물이 소급보호받게 된다.
다만 87년 이전에는 국내법의 저작물 보호기간이 저작자 사망후 30년이었기 때문에 57년 이전에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물은 이미 87년 법개정 이전에 보호기간이 종료된 상태여서 실제로는 57년이후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물만 보호받는다는 부칙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새로 저작권보호대상이 되는 작가들은 알베르 카뮈,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르만 헤세, 존 스타인벡, 버트런드 러셀, 펄 벅, 애거사 크리스티등 광범위한 저명 학자·작가군. 새로 저작료가 지급돼야 하는 87년이전 작품은 결국 이들의 대표작 대부분을 뜻한다.
예를 들어 58년에 80세로 사망한 작가가 30세때 내놓은 저작물은 무려 1백년을 보호받게 된다는 점을 출판계는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문체부도 개정안에 소급보호대상 저작물이 번역물일 경우 재고나 신간에 관계없이 99년까지 4년간, 원본일 경우 1년간 법적용을 면제하고 발간된지 10년이 지나서도 우리 말로 번역되지 않은 저작물은 저작권이 소멸한다(번역권 10년 소멸제도)는 경과조치를 적용함으로써 출판시장의 급작스럽고 전면적인 위축을 피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출판계는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에 보장된 개도국선언에 의한 협정효력발생의 유예를 정부에서 스스로 포기했다고 주장한다.
김종수(39·한울출판사사장) 저작권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경과조치란 일시적인 것이므로 결국 이 기간이 지날 때까지 우리의 경제력이나 문화실력이 미국이나 유럽수준이 되게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정부의 협상자세와 문화의식에 화살을 던졌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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