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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라고 모두 튀는건 아니죠”/복고음악·복고패션 잔잔한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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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라고 모두 튀는건 아니죠”/복고음악·복고패션 잔잔한유행

입력
1995.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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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서약·알뜰 도시락족도 늘어/상업문화 반작용… X세대의 또다른 개성표현 신세대라고 다 튀는 것은 아니다. 청장년층에게 낯설지 않은 구세대문화가 다시 생명력을 얻어 또다른 「젊은 문화」로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다. 신세대 복고바람이라고 할만한 이러한 현상은 시류에 매이지 않고 자신있게 스스로를 나타내는 X세대식 개성표현형태의 하나이다. 이와 함께 지나친 상업문화의 만연에 대한 반작용, 혹은 신세대 나름의 자정작용이라는 견해도 있다.

▷순결서약운동◁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킬 것을 엄숙히 서약합니다』

 성문화에 개방적인 신세대들 사이에 「순결서약운동」이 조용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을 형성하고 있고 지난 1월1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3백22명의 젊은이들이 시작한 이래 전국적인 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다. 한기총사무간사 김승세(40)목사는 『남학생들의 호응이 특히 높다』며 『지금까지 관동대, 정신여고 학생등 4천여명이 이 운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도시락족 등장◁

 특히 여대생과 직장여성들 사이에 점심도시락을 싸오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식비를 절약하려는 「알뜰파」, 입에 맞는 음식을 고집하는 「입맛파」, 칼로리 높은 패스트푸드를 거부하는 「날씬파」등 이들이 도시락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뭐니뭐니해도 정성스런 음식이 최고』라는 「엄마손파」도 있다. 5개월전부터 도시락을 갖고 다닌다는 박경아(23·회사원)양은 『먹을 양 만큼만 싸오기 때문에 음식량 조절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날씬파」이다.

▷복고음악 인기◁

 랩과 힙합등 현란한 댄스뮤직과 전자음악의 틈바구니에서 통기타 음악이나 정통 록등 70∼80년대 유행음악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CD(콤팩트디스크), LD(레이저 디스크)등을 제쳐놓고 구태여 고장 잘 나고 잡음 많은 LP판만을 고집한다. 서울 신촌 T레코드상의 권재범(23)씨는 『LP판을 찾는 20대가 하루에 대여섯명씩 꾸준히 찾아온다』면서 『비틀스 게리무어등 60∼70년대 인기록그룹 앨범의 주고객도 20대』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젊은 록그룹들 사이에도 과거 히트곡들의 리메이크 붐이 일고 있다.

▷복고패션 열풍◁

 「잘록한 허리, 긴 치마, 핑크빛 색채, 통굽 구두, 얌전한 체크무늬」등 60∼70년대의 여성옷차림이 지난해부터 유행하고 있다. 최근의 복고패션은 각기 여성스러움과 남자다움을 강조하는게 특징. 특히 30년대의 대표적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를 연상시키는 고전적 분위기의 의상이 인기다. 가는 벨트등으로 보디라인을 강조한 글래머 룩이나 청순한 소녀적 분위기의 여성복, 70년대 유행했던 판탈롱바지등도 대표적인 복고패션이다.

 이러한 세태변화에 가장 예민한 곳은 역시 광고사들. 튀고 세련된 광고 일변도에서 최근 다분히 보수적인 분위기의 「복고풍광고」들이 등장하고 있다. 의류광고에서 전통적 이미지의 젊은이 모습을 부각시킨 대홍기획 광고제작팀 남궁령(32)대리는 『구세대와의 무조건적인 단절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신세대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최근 음악과 실내장식이 모두 구식인 카페들이 대학가주변에 속속 나타나는 현상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김경화 기자>

◎국토개발연 이상준씨/“나는 숫총각이고 싶다”/신앙심·미래아내 생각해 순결서약 결심/총각이라는 이유만으로 별종취급 “섭섭”

 국토개발연구원 이상준(27)연구원은 요즘 말로 「천연기념물」이다. 잘 생긴 외모에 잘 놀줄 알고 실력도 갖춰 소위 잘 나가는 신세대의 전형인 이연구원은 뜻밖에도 숫총각이다. 오는 일요일에는 교회에 나가 아예 「순결서약」을 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이연구원이 성에 대해 남다른 결벽증을 갖고 있거나 여자곁에만 가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는 숙맥도 아니다. 3년째 사귀는 예쁜 여자친구도 있으며 사회도처에 널려 있는 자극적 성문화를 구태여 거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런 자극에서 오는 성적 긴장감을 즐기는 편이다. 그런 그가 아직도 애써 순결을 지키는 이유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의무감과 미래의 아내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물론 그도 젊은만큼 자주 성적인 욕구를 느낀다. 『그럴 때면 여자친구와 볼링, 포켓볼등을 하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보며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이연구원은 이 「비법」덕에 영화에 대한 안목이 전문가수준이고 볼링 애버리지가 1백80점을 웃돈다.

 그는 「입대 전날 학교선배, 친구들과 송별파티끝에 천호동 유흥가까지 떠밀려 갔을 때」를 가장 「위기상황」으로 기억하고 있다.

 『성경험이 없다고 해서 주위에서 못난 친구로 여길 때는 정말 괴롭다』는 그는 「단지 총각이라는 이유만으로」고통을 당하는 풍조가 바뀌어 자신같은 젊은이가 더 이상 별종취급을 받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연구원이 원하는 신부는 물론 몸과 마음이 다 순결한 처녀이다.<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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