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술을 마시자 지난 날 괄시받던 일에 대해 보복이라도 하려는 듯 행패를 시작했다. 장거리의 가게를 두드려 부수고 함부로 공포를 쏘아댔다. …달려간 아버지가 그에게 귀싸대기를 올려 붙였다. 그러고는 호령을 했다. 그랬더니 그는 잠잠해지고, 이윽고 아버지에 이끌려 술집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소동이 가라앉았다.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술과 마작을 사랑했고 광산에 대한 미련을 지녔던 아버지에 대한 시인 신경림씨의 추억이다. (이 추억 속의 「그」는 동네의 술꾼이었다)
이 책에는 이처럼 신씨의 지인 30여명의 삶이 「캐리커처」처럼 또렷이 그려져 있다.
장승만 조각하는 신토불이 조각가 신명덕씨, 침술사가 된 비전향 장기수 이두균씨, 고 함석헌목사와 문익환목사, 탄광촌 화가 황재형씨, 철학의 대중화·대중의 철학화를 외치는 황필호교수, 산처녀 남난희씨, 만물농장을 일구는 재야운동가 김오일씨등의 삶이 소개됐다.
그는 『어차피 내 문학이 사람을 좋아하면서 만들어진 것일진대, 여기 실린 글들 또한 부끄럽더라도 내 문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세림간·5천5백원<서사봉 기자>서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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