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삶의 족적을 글로 옮기는 대필작가 임혁이다. 서른 셋의 이 사나이는 연쇄살인행각 끝에 자기 아버지마저 죽여 사형을 선고받은 손철희의 자서전을 대필한다.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는 사형수의 정정당당한 주장은 「내가 아쉬워하는 건 이 더럽고 수치스럽고 쓰레기통같은 세상을 청소하지 못하고 가는 것」이다. 베일에 싸인 여자 민초희는 저명인사와 성적유희를 일삼으며 그런 행위를 통해 그들을 지배한다. 임혁은 거액을 조건으로 묘한 계약에 예속되어 민초희가 보여주는 유명인사들의 퇴폐적 행각을 기록하도록 요구받는다. 신문에는 화살이 도구로 사용된 연쇄살인사건 소식이 계속 보도된다.
인간에 대한 종교적 성찰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이승우는 한달여 간의 일기형식으로 쓴 이 소설을 통해 독에 침윤되어 가는 한 인간의 행적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그의 행적은 우리의 삶이 건강하고 정상적인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내면을 벗기는 시도는 참신하지만 오이디푸스 욕망이 사회문제와 부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지은이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흐려지고 있다. 고려원간·6천원 <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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