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국적 통상·과학전문가 등 대상자 한정/일부선 난색… 여의치 않을땐 영주권검토 민자당 세계화추진위원회와 통상산업부는 해외동포에게 대한민국 국적취득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법률전문가나 박사학위소지자등 우수한 해외동포를 활용해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과 현지화를 지원하고 국내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민자당과 통산부는 올 상반기중 기본법을 마련하기 위한 여론수렴과 문안정리작업등을 거쳐 올 정기국회에 관련법을 상정한다는 기본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재 민자당과 통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중국적 취득허용관련법 개정 및 제정은 독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자당은 민자당대로, 통산부는 통산부대로 각자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과 통산부의 이중국적제도의 도입취지와 방법은 일치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와 국내시장의 전면적인 개방등으로 국내기업들의 국제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이지만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기업의 현지화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어서 이중국적 취득의 예외를 인정, 외국국적을 가진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민자당과 통산부의 기본취지다.
또한 내국인의 외국국적 취득 허용문제는 악용할 소지가 많다고 판단, 외국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우리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되 우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등지에 있는 교포들에게 대한민국국적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5백만명에 달하는 이들 교포 1,2,3세중 일정학력이상인 과학자 기술자 통상전문가 비즈니스맨 마케팅요원등 전문가들로 이중국적 취득허용대상을 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계획은 당초 통산부에서 출발했다. 김영삼대통령의 세계화선언을 구체화하기 위해 통산부는 가칭 기업세계화지원법을 마련중이다. 해외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국가이미지를 홍보하며 국제간 산업 기술 투자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세계화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내용을 담게 될 기업세계화지원법에 세계화 전문인력양성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해외동포에 대한 이중국적 취득을 허용하는 문안을 담겠다는 것이다. 통산부는 현재 이 법을 만들기 위해 외국의 관련법이나 지원내용들을 조사하고 있으며 금명간 구체적인 문안작성에 들어가 올가을 정기국회에 이를 상정, 늦어도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민자당 세계화추진위원회는 의원입법등의 형태로 이를 추진하거나 관련법을 개정해 해외교포에 대한 이중국적 취득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외무부나 법무부가 현재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민자당은 당정회의등을 열어 기본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20일 열린 당정회의에서 민자당 세계화추진위원회의 박정수위원장은 『5백만 교포들이 세계화의 첨병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중국적을 전향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로명 외무장관은 이에 대해 『이중국적을 허용할 경우 납세 병역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민들과의 형평에 어긋나고 범죄인 인도, 출입국관리상의 애로, 중국과의 외교마찰등 많은 문제가 있다』며 『교포들이 국내에서 보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관련규제들을 푸는 방향으로 이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통산부는 관계부처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쳐 이중국적 허용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영주권을 부여하는 그린카드제를 도입토록 한다는 계획이고 민자당도 이 기회에 반드시 관련 국적법을 손질한다는 기본방침을 확정했다. 20일 당정회의에서 민자당 하순봉 국제협력위원장 최운지의원등은 『이중국적 허용문제는 세계화와 우수인력 활용을 위해 교포들에게 일종의 특혜를 준다는 전제하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의 발상전환을 촉구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이중국적 도입의 필요성/시장 완전개방 앞두고 현지문화·언어에 능통한 통상전문인력 활용해야
통상산업부와 민자당이 교포들이 이중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세계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영어등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현지실정을 잘 아는 인력을 많이 확보해 국내시장에 쏟아져 들어올 외국기업과 경쟁하고 국내기업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우리 기업들의 세계화수준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단적으로 국민총생산액(GNP)대비 해외생산비중을 보면 미국이 26.5%, 일본이 6.1%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6%에 불과하다. 해외에서 제대로 자리잡고 있는 우리 기업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고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완전개방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으며 국내시장마저 외국기업들에 빼앗기고 만다는 것이 이 제도의 도입필요성을 주장하는 민자당과 통산부 및 기업의 판단이다. 기업의 세계화가 시급한 실정이므로 이를 위해 외국국적을 갖고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 우리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와 학계 일부에서는 지난 15일 열린 산업연구원(KIET)의 정책토론회에서도 이중국적 취득인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업의 세계화지원을 위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에서 업계와 학계관계자들은 해외에 진출한 우리기업의 현지조달 및 판매능력, 여러 국가에 분산된 자회사들간의 유기적인 연결체계구축등을 위해서는 현지문화를 이해하고 있고 현지어에 능통한 외국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기업의 세계화를 막고 있는 요인으로 낮은 국가이미지와 외국문화에 대한 이해부족,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내기업간 협조미흡, 해외투자관리와 지원의 부족, 세계화전문인력의 부족등이라며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포들의 이중국적취득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세계화를 위한 전문인력확보방안으로 관계자들은 외국인의 국내취업이 쉽도록 인적교류 활성화대책을 마련하고 기업의 세계화를 위해 해외에 파견되는 전문인력에 대해서는 병역특례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세계화전문인력으로 해외교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상 제약요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교포들이 국내기업에 취업할 경우 이중국적취득을 예외적으로 인정해 현지근무는 물론 국내근무도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세계화지원기획단도 지난해말 이중국적 취득제한완화를 골자로 한 정책제안을 내놨었다.
민자당과 통산부 및 업계는 해외동포중 우수인력들에게 우리 국적을 갖도록 허용할 경우 기업의 세계화를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언어장벽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에 있는 70만교포와 중국 2백만명, 미국 1백만명, 러시아 70만명등 5백만명에 달하는 우리 교포들에게 우리 말만 가르치면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땄거나 법률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우수인력도 적지않아 이들을 활용하게 되면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제고와 통상문제 해결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정과 기업은 또 우리 국적을 가진 해외동포들은 통일을 앞당기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주요 국가의 이중국적 도입사례를 조사한 통산부는 이스라엘 영국 대만 스위스 캐나다등은 아무런 문제없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만이 여러가지 어려움속에서도 경제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해외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수인력들 때문이며 이들은 국내외에서 다양하고도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의 이중국적자들은 참정권까지 있어 정치에 참여하고 양국여권을 소지함으로써 자유로운 입출국이 가능하며 양국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함께 받고 경제활동에 보다 폭넓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이종재 기자>이종재>
◎해외동포 현황/중국 192만·미국 153만 등 총500만명/이중국적자는 정확한 수치 파악안돼
해외동포는 넓은 개념으로 국적을 불문하고 해외에 있는 모든 한민족을 지칭한다. 즉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했든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든 한민족이면 모두 해외동포에 속한다. 이중에서 한국국적을 유지한채 해외에 영주하고 있거나 장·단기 체류하고 있을 경우엔 일반적으로 좁은 의미의 재외국민으로 부른다. 93년말 기준으로 해외동포의 수는 4백94만3천여명으로 5백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국적를 허용할 경우 그 대상이 되는 외국국적 취득자는 정확한 통계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민등으로 외국에 나가 그나라 국적을 취득했을 경우 한국국적의 포기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대부분이 이런 절차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대부분이 외국국적을 취득하면서도 한국국적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국적관련법규는 본인이 자의로 외국국적을 취득했을 경우 그 순간부터 한국국적은 소멸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즉 이중국적을 원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같은 해외동포의 범주에 속한다고 해도 지역에 따라 또는 역사적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이질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중국이나 독립국가연합(CIS)지역에 살고 있는 한민족의 경우다. 중국내에 거주하는 조선족은 모두 1백92만2천여명, CIS에 거주하는 이른바 「고려인」은 45만8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중국 또는 CIS의 국적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중국적 허용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조선족이나 고려인의 경우, 한국내로의 지나친 유입을 막아야 할 입장이기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중국적 허용론자들이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미국의 경우 동포수는 1백53만3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중 정확히 어느정도가 미국국적인 시민권을 취득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언어사용에 문제가 있거나 법률적으로 제한이 있는 동포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시민권을 취득했을 것으로 정부당국자들은 보고 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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