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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성장의 자취와 고통의 상처 생생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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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성장의 자취와 고통의 상처 생생한 기록

입력
1995.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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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시인 자전적 작품들 색다른 감동으로/김형경의 「세월」등 절절한 내면세계 고백 “깊은 울림” 문학인들의 자기고백을 듣는 일은 즐겁다. 정신적 성장의 자취와 고통의 상처가 담긴 그들의 내면풍경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정화와 상승을 경험한다. 

 시인 최승자씨가 아이오와일기라는 부제를 달고 「어떤 나무들은」(세계사간)을 냈다. 등단초부터 파격적인 이미지로 주목받아온 그는 「이 시대의 사랑」 「즐거운 일기」 「내 무덤, 푸르고」등 수권의 시집을 가졌고 지금 40대 중반의 인생을 살아간다. 지난해 8월부터 약 5개월동안 문예진흥원 후원으로 미국 아이오와작가회의에 참여했을 때의 일기를 정리한 책에는 솟구치는 정신의 자유로움, 우리 문학에 대한 반성이 드러나 있다.

 사회적 운동과 문학활동이 긴밀했던 80년대를 회고하며 그는 일부 문학인들을 「…자기가 지지하는 대의명분이 훌륭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거나…그런 훌륭한 대의명분이 작품에 후광을 주고 그럼으로써 실제의 예술적 성취도가 어떻든 훌륭한 대접을 받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면서 그 나머지에 대해 스스로 눈감아 버리는 것같다고 말한다.

○미서의 5개월 일기 정리

 정치와 전략은 문학작품 외부의 문제일뿐 독자라는 개인들과 만나 서로 갈등하고 마찰하고 교통하면서 전달될 수 있을 때 진정한 작품으로 이루어진다고 믿는 그는 이국에서의 자잘하지만 색다른 경험에서 『더 이상 프로그래밍화한 사회에서는 살지 않겠다』는 자신감과 자유로움을 얻었다고 한다. 「속이지 않기 위해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생활을 통해 그의 문학하는 자세를 엿보게 된다.

○한여성의 울름섞인 애기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로 93년 국민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형경씨도 4천5백장 분량의 소설로 인생역정을 엮어냈다. 3권으로 나올 자전소설 「세월」(문학동네간)은 부모의 별거후 따로 떨어져 나와 하숙하며 힘겹게 지냈던 여학생시절, 대학에 들어가 연극반선배와 원치 않는 동거를 하며 겪었던 심신의 고난등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말 대중문화를 다룬 소설을 1천장가량 써나가다 갑자기 북받쳐 오르는 힘에 끌려 3개월여만에 삶에 한 매듭을 짓는 글을 썼다는 작가는 『우리시대의 여성은 기댈 봉우리를 갖지 못한채 계곡에 머물러 있는 존재라고 느낀다』며 『개인차원의 상처일뿐 아니라 남성우월사회에서 피해받는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를 울음섞인 이야기로 풀어냈다』고 말하고 있다.

 시인 이기철의 「땅 위의 사람들」(민음사간)과 유서로의 장편 「지극히 작은 자 하나」(살림간)에서는 문학인이 되기까지의 추억과 아픔을 맛볼 수 있다. 모두 자전적인 소설이다.

○문학편력 서정적시어로

 문학적 에세이라고 이름붙인 이기철시인의 글에는 첫 사랑에 실패한 시집간 누님, 그가 가르쳐 준 「못잊어」 「먼 후일」, 진주빛 노래말과 처음 슬픔의 빛깔을 일러준 음악선생님, 광인이 된 아나키스트 사촌형과 그에게서 배운 「향수」 「카페 프란스」, 첫 키스를 가르쳐 준 욕지섬의 여교사와 「기상도」 「서시」, 회오리바람같던 60년대와 작가로 성숙해지기까지의 문학편력이 서정적인 분위기속에 감칠맛나게 녹아 있다.

 전북대 불문과에 재직중인 유제호교수가 필명으로 낸 처녀작 「지극히…」는 70년대 대학에 입학해 80년대를 거쳐 90년대를 살아가는 40대 문학소년이 추억을 고백하듯 쓴 2인칭 소설이다. 유신시대와 80년 광주를 거치면서 암울한 사회현실이 안겨준 절망감, 문학적 감수성만으로는 헤쳐가기 힘들었던 시대의 이야기가 40여편의 짧은 글 속에 담겨 있다. 그는 『영원한 문학소년 소녀로 남을 운명을 가진 사람들에게 바친다』며 세상과 불화했던 자신의 내면을 펼쳐보이고 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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