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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40대기수」 쌍용그룹 김석준 신임회장(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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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40대기수」 쌍용그룹 김석준 신임회장(한국인터뷰)

입력
1995.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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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가치 승부수 자동차에 총력”/정도지키며 진취적 체질개선/소비자마인드 따라서 기업마인드도 변해야/세계화는 생존전략… 피부와닿는 정책 희망 쌍용그룹의 「선장」이 바뀌었다. 김석원전회장이 정계에 진출하면서 회장직을 사임, 그룹총괄부회장으로 있던 김석준씨가 경영대권을 물려받았다. 쌍용그룹은 창업주인 고 성곡 김성곤, 제2창업에 성공한 김전회장을 거쳐 3대회장인 김신임회장체제를 맞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됐다. 「재계의 40대기수」로 촉망받고 있는 김회장은 재계에 새로운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회장은 25일상오 서울 중구 저동 그룹본사에서 회장취임식을 갖고 그룹총수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김회장은 이날 취임 일성으로 『기업세계에서는 패자부활전이 없다』며 무한경쟁시대에 임하는 비장한 각오를 피력했다. 회장취임 첫날 김회장과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그룹경영방침과 포부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먼저 그룹총수가 된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막중한 책임감밖에 느끼지 못했습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는지…. 정신적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철들고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전임회장이 정계진출을 팔자소관이라고 했듯 저도 회장직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장남도 아니고…. 여느 그룹총수들처럼 경영수업과정을 통해 「길러진 총수」가 아닙니다. 그룹안에서 내 직분에만 충실했을 뿐입니다. 사실 회장으로서의 비전을 제대로 생각해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전임회장은 정도경영을 강조했었습니다. 그룹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입니까.

 『쌍용그룹의 문화로 정착되어 있는 정도경영의 틀을 계속 유지해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임직원들이 정도경영을 오해하여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정도를 지키되 기업체질을 진취적으로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경영스타일도 달라질 것입니다. 각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안에서 현안을 수시로 체크해 나가겠습니다. 야전사령관역할도 할 것입니다. 남보다 앞서는 선수경영으로 경쟁을 뚫어나갈 것입니다』

 ―경영권이양 얘기는 언제 나왔습니까.

 『전임회장은 생각이 아주 유연하고 독특합니다. 조직의 장(장)이 너무 오래 있으면 조직이 활력을 잃게 되고, 그룹의 회장도 이런 일반론의 예외는 아니라는 얘기를 자주 했어요. 전임회장은 3월중순께 정계진출 제의를 받고 2주 남짓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경영권이양)암시를 여러번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식통보는 최근에 받았습니다』

 ―경영인으로서의 김석원전회장을 평가하신다면.

 『전임회장의 결정적인 장점은 긴 안목으로 문제의 핵심을 짚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입니다. 자기 주관을 바탕으로 큰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전략적 판단을 하는데도 뛰어납니다. 이제 정치를 하게 되었지만 이런 지혜를 정치에 접목시킬 경우 정치와 경제가 합심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쌍용그룹의 업종은 시멘트 정유 중공업등 중후장대한게 특징입니다. 앞으로는 어디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까.

 『자동차사업은 우리의 신규사업이자 주력업종입니다. 자동차에 그룹의 역량을 모두 투입할 것입니다. 여타 신규사업진출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멘트 중공업 정유등 기존의 장치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고부가가치창출을 위해 시설을 첨단화할 것입니다』

 ―쌍용은 좋은 차를 만들고 있지만 시장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맞습니다. 시장성확보에 힘쓸 것입니다. 고부가가치형으로 시장성이 있는차를 개발할 것입니다. 4륜구동차 생산이 한 예입니다. 4륜구동차의 수요는 세계적으로 연간 약1백20만대에 이릅니다. 쌍용은 이중 약20만대를 국내외에 팔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저가 자동차에 손댈 생각은 없습니다. 기존의 승용차보다 한단계 격조가 더 높은 차를 만들어 고부가가치로 승부를 걸 것입니다. 97년에 내놓기로 한 중대형승용차도 바로 고부가가치형 차종입니다』

 ―쌍용자동차의 기술력은 어느 수준입니까.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인 독일의 벤츠사도 우리의 기술잠재력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디자인개발등 기술인력이 1천5백명에 달합니다. 회사규모로 봐서는 많은 인력이지요. 자체모델을 개발하여 해외현지생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주요 핵심부품과 구동장치는 벤츠사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벤츠사와 기술및 자본 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마케팅협력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략적 제휴는 서로가 상대방을 필요로 할 때 가능합니다. 벤츠사가 쌍용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벤츠는 아시다시피 최고급차만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산량은 연40만∼50만대밖에 안돼요. 자칫하면 영국의 롤스로이스 꼴이 될 수 있습니다. 벤츠는 이에 따라 최고급의 대형차보다는 한 단계 낮은 고부가가치형의 중저가자동차의 생산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입니다. 그러나 독일국내에서는 고임금등 여러 여건 때문에 이런 생산전략의 추진이 어렵습니다. 해외에 단순조립공장을 세우더라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벤츠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해외의 파트너가 절실히 필요한 처지에서 쌍용을 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벤츠는 당초 한국에서 조립생산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조립생산으로는 벤츠나 쌍용이나 득될게 없다고 판단, 자동차를 공동개발키로 했습니다. 기본섀시와 구동장치는 벤츠가 담당하고 전반적인 디자인은 쌍용이 맡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차는 쌍용의 고유모델입니다』

 ―쌍용그룹의 실상이 일반국민들에게 덜 알려져 있는데.

 『일반 소비재생산 비중이 낮기 때문일 것입니다. 업종 성격상 광고나 홍보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어 그룹의 위상이 저평가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홍보활동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기업마인드도 변해야 합니다. 변덕스러운 소비자마인드를 읽어내는 노력에서 우리는 뒤쳐져 있습니다. 소비자의 취향을 제때에 파악하는 노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정부의 세계화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계무역기구(WTO)출범은 전세계의 기업환경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도 자취를 감출 것입니다. 국부론은 국경을 전제로 한 이론인데, WTO체제에서는 국경이 없어지니 그 이론은 설땅이 없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세계화하지 말라 해도 세계화를 해야합니다. 세계화는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생존전략이지요. 규제완화 투자환경개선등 정부가 제시한 세계화의 방향은 옳습니다. 다만 이같은 정책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시행되길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노사관리는 기업경영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노사관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노와 사는 수레의 양바퀴라고 생각합니다. 쌍용그룹은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된 대표적인 그룹입니다. 이런 전통을 잘 지켜 나갈 것입니다. 노사화합을 통한 기업번영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전임회장이 경영대권을 물려주면서 형으로서 특별히 당부한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룹회장은 공인이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사생활면에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당부하셨습니다』

 ―쌍용의 전현직 총수가 해병출신인 것이 특이합니다. 전임회장의 큰아들도 현역해병이고…. 해병을 택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전임회장께서 미국에 유학한뒤 1학기를 마치고 귀국, 해병대에 자원입대하셨어요. 전임회장은 제대 이틀후 해병대 입대를 권유했고 저는 전임회장의 말을 따랐을 뿐입니다. 큰 조카도 해병대입대동기가 저와 비슷해요. 군생활동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적지 않은 고생을 했지만 학교나 사회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정리=이백만 기자>

◇김회장  약력

▲53년 대구에서 출생(42세)

▲72년 해병대 입대, 75년 제대

 ▲78년 고대 경영학과 졸업 (주)쌍용 입사

▲80년 (주)쌍용미국지사근무

▲82년 쌍용건설 이사

▲83년 쌍용건설 대표이사사장

▲86년 산업포장 수상

▲87년 은탑산업훈장 수상

▲89년 서울시 농구협회 회장 (현)

▲91년 쌍용그룹부회장겸 쌍용  건설대표이사사장 한―싱가포르 경제협력위위원장 (현) 금탑산업훈장 수상

▲92년 쌍용건설 대표이사회장

▲94년 쌍용자동차 대표이사회장 쌍용그룹 총괄부회장

▲95년 쌍용그룹 회장

▲부인 이인실(41)씨와 2남1녀

◎쌍용그룹 경영전략/자동차·에너지·소재사업 3대축/6개권역별 해외본사체제 구축

 새 회장을 맞은 쌍용그룹은 앞으로 자동차 에너지 소재산업을 중심으로 세계 50대그룹에 진입한다는 야심찬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쌍용이 최근 수립한 「2000년대를 향한 경영전략」에 의하면 3대주력사업중에서도 특히 자동차사업을 「21세기 그룹의 성장을 주도할 주력업종」으로 꼽고 있다. 승용차 상용차를 일괄생산하는 세계적 규모의 자동차메이커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은 이를 위해 삼성보다 1년 빠른 97년부터 고유모델 승용차를 본격 생산한다는 목표아래 현재 벤츠와 기술도입 및 자본참여확대등에 관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사업은 쌍용의 21세기 위상을 결정짓는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사업은 2세총수인 김석원전회장과 김석준회장에게는 선대회장이 이뤄놓은 쌍용양회를 주력으로 하는 「시멘트재벌」에서 탈피, 독자적인 리더십을 구축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쌍용은 또 쌍용정유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사업」과 쌍용양회를 축으로 하는 「종합소재사업」을 자동차와 함께 그룹의 3대축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종합소재사업」부문에서는 현재 그룹의 주력기업인 쌍용양회와 함께 파인세라믹 페라이트 마그네트등 첨단 신소재사업을 새로 육성, 소재분야의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전략이다.

 김회장은 25일 취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00년까지 쌍용을 국내 5대그룹, 세계 50대그룹으로 키우겠다』고 밝혀 그룹경영의 세계화에도 역점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쌍용은 2000년까지 미주 일본 동남아 중국 서유럽 동유럽등 6개 권역별로 해외통합법인을 설립, 해외본사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해외에서의 자원개발, 생산기지 건설, 유통기지 구축, 3국간 거래등을 통해 그룹 총매출액에서 해외부문의 비중을 현저히 높이겠다는 것이다.

◎쌍용그룹약사·현황/총자산규모 12조3천억원 재계랭킹 6위/39년 창업… 62년 시멘트진출 확장발판

쌍용그룹은 자산규모 12조3천9백억원(94년7월기준)으로 재계 랭킹이 6위다. 종업원수는 2만9천명이며 지난해 매출액은 15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주력업종은 시멘트 무역 자동차 정유 건설등이며 쌍용양회 쌍용정유 (주)쌍용 쌍용건설등 국내에 20개, 해외에 3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쌍용그룹은 지난 39년 대구 칠성동에서 설립된 비누제조회사 삼공유지합자회사가 모태다. 김석준(김석준)회장의 부친인 성곡 김성곤씨가 창업했다.

 성곡은 48년 금성방직 설립에 이어 62년에 주력회사인 쌍용양회공업(주)을 설립, 그룹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밖에 국민대를 인수하고 동양통신 연합신문 대구MBC등 언론사를 경영하면서 성곡언론문화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3공화국시절 정계 재계 언론계 교육계등에서 폭넓게 활약, 「팔방거목」으로 불렸던 성곡은 제2차 오일쇼크가 닥쳤던 지난 75년2월 갑자기 타계했다. 당시 쌍용그룹규모는 7개 계열사에 종업원 4천1백여명으로 매출액은 7백97억원정도였다.

 선대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30세의 젊은나이로 그룹경영권을 이어받은 김석원전회장은 석유파동에 따른 경기침체와 자금난등으로 시련을 겪었으나 전문경영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조직력으로 경영을 이끄는 합리적 경영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김전회장은 쌍용정유(76년) 쌍용종합건설(77년)을 설립한데 이어, 86년 동아자동차 인수를 계기로 자동차산업에 진출하는등 쌍용그룹을 국내 6위권 재벌로 성장시켰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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