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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산껴안기 놀라운 호응/유근배교수 서울대 지리학과(녹색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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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산껴안기 놀라운 호응/유근배교수 서울대 지리학과(녹색칼럼)

입력
1995.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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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 위기감서 비롯/「외형성장 우선」 집착 버려야 남산 산책로 8를 시민 7만여명이 둘러쌌던 지난 23일의 남산 껴안기대회는 실로 장관이었다. 시민들이 나서 환경보전 운동을 펼친 이래 처음보는 쾌거였다. 서울 남산 뿐만 아니라 부산의 금정산, 대구의 앞산, 인천의 청량산, 광주의 무등산, 대전의 보문산에서 모두 10만5천여명이 참여했다니 놀라운 호응이다.

 무엇이 이같은 국민적 호응을 불러일으켰겠는가?

 남산 수목들은 대기오염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10∼ 20년생 소나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10∼20년 전부터 이미 남산의 생태계가 파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많은 시민들이 아침마다 찾는 약수터는 폐쇄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대기오염에서 비롯된 산성비 때문이다. 오염된 공기와 산성비로 도시지역에서는 호흡기질환을 앓는 시민이 늘어나고 여름철이면 상수원 오염사고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의 환경이 예전과 같지 않고  이대로 가다간 다음 세대들이 환경파괴로 인한 대재앙에 직면할 것이란 위기감을 거의 모든 시민이 갖고 있다.

 환경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민과 기업,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위기란 위험하다는 의미의 「위」자와 아직 반전시킬 기회가 있다는 「기」자의 합성어다.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환경문제는 시민 기업 정부가 함께 노력하면 극복될 수 있다.

 시민들이 소비를 행복의 척도로 삼고, 국가와 기업이 오로지 외형적 성장에만 집착한다면 쾌적한 환경은 기대할 수 없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환경은 시민들의 도덕성을 재는 척도로 인식되고 있다. 물질의 소유나 소비를 미덕으로 생각하는 천박한 민족이 살았던 지역의 환경은 황폐해져 마침내 문명과 종족이 모두 몰락하고 말았던 사례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근검한 생활은 환경개선에 필수적이다.

 환경보전을 위해 기업은 정직해야 한다. 요즘 기업들은 환경보전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설비투자보다는 「친환경적 이미지」를 광고하는데 더 신경을 쓰는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때도 있다. 공해방지시설도 갖추지 않은 공장과 대규모 위락시설을 세워 상수원을 오염시키고 삼림을 파괴하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라 외쳐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성장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환경보전의 큰 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오히려 발상을 전환해 환경을 가꾸기 위해 국토구조를 조정하고 개발해야 한다. 정부도 역시 정직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토환경이 어느 수준이라는 것을 시민이 이해할 수 있고, 노력한다면 어느 수준의 환경을 지킬 수 있는가를 정확히 전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포와 산본신도시 지역의 쓰레기처리장 문제를 보더라도 정부의 정직하지 못함이  얼마나 시민과 자연을 괴롭히는가를 알 수 있다. 「눈가리고 아웅」식의 행정은 이젠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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