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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대학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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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대학살(사설)

입력
1995.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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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양심은 과연 살아있는가. 걸핏하면 세계평화와 행복한 삶을 강조해온 강대국의 목소리는 위선이 아니었는가. 22일 발생한 르완다의 인간살육참상은 우리에게 다시한번 이같은 의문에 휩싸이게 한다. 외신은 몇번이고 「인간사냥터」 「인종청소살육장」이란 표현을 되풀이하고 있다. 「자동화기와 박격포로 무차별살상이 계속되는 동안 시체들은 이내 무덤을 이루고 피로 땅이 젖어갔다」고 현장을 설명한다. 또 「르완다 정부군은 마치 살인을 즐기듯 웃으면서 방아쇠를 잡아당겼고 학살은 곧 유쾌한 오락인 듯한 모습이었다」고도 전한다.

 이번 르완다의 후투족집단학살은 8만여 난민이 수용된 키베호촌을 게릴라 활동기지로 판단한 정부군이 지역을 폐쇄하고 주민들을 딴 곳에 집단이주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피의 보복5백년」으로까지 부르고 있는 후투·투치족의 인종갈등은 2차대전을 고비로 비극의 씨앗을 잉태했다. 85%와 14%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후투·투치족의 구성비가 말해주듯이 62년에 후투족 정부가 수립되었고, 90년엔 투치족이 르완다애국전선(FRP)이란 반정부게릴라부대를 조직, 4년간의 내전을 치러오면서 살상의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르완다와 부룬디 양국의 대통령이 탄 비행기추락을 투치족의 테러로 믿고 후투족이 1백만명의 투치족을 살해하면서 최악의 사태를 맞았던 것이다.

 이렇듯 두종족간의 피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동안 강대국들이나 유엔은 구호품을 보내고 의료진을 파견하는등 소란을 피워왔지만 정작 실질적인 무장해제나 안정회복에는 실패한 상태에 있다. 소위 국경없는 의사(MSF)로 난민들을 보살펴 온 유엔의 평화유지군은 지난해 사태직후 현지를 떠나며 「유엔과 선진국은 현지사정을 자국에 유리하게만 악용하고 있을뿐」이란 말을 남길 정도로 별 효과가 없었음을 대변하기도 했다.

 르완다내전은 터키의 아르메니안인종청소, 나치독일의 유대인학살등과 함께 금세기의 3대살육전으로 꼽히고 있다. 전체 8백만 인구중 무려 3백만명이 지금 내전을 피해 인근국가를 유랑하고 있고, 곳곳의 난민촌에서는 기아와 질병등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태다.

 르완다의 비극을 보는 우리의 눈은 그래서 인류의 양심과 수수방관하는 강대국의 위선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호의무를 강조한 세계인권선언조차 무색하기만 할 뿐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으로서 전세계는 마땅히 책임을 느껴야 하며 외면해서는 안될 일이다. 8천명이란 대학살의 르완다사태는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해결치 않는 한 계속 되풀이될 것임을 이미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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