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제네바에서 북·미 기본합의문을 서명하고 돌아온 강석주 북한외교부 부부장은 평양의 순안공항에서 김정일의 직접환대를 받았다. 북한이 대미관계개선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북한에서는 누구든지 대미관계를 정상화 시키는데 성공하면 구국의 공신이 될 수 있다. 강석주에 이어 베를린 전문가회의에 나선 김정우가 이같은 기회를 잡았지만 협상이 결렬돼 강이 또다시 무대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간에 공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주목을 끈다. 베를린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김정우는 여러차례에 걸쳐 적극적으로 강석주를 『별 것 아니다』라는 식으로 평가절하하는 발언을 했음이 확인됐다. 김은 또 회담이 결렬된 이후 자신과 김정일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강과의 고위급회담을 가져도 별로 나올 것이 없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제네바합의이후 강은 뚜렷한 대외적인 활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권력층내부의 시샘때문에 그가 근신중 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전문성이 강하고 개방을 지향해온 테크너크랫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평남 평원출생인 강은 국제관계대학을 나온뒤 당국제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 유네스코대표부 3등서기관등을 거쳐 84년 외교부 부부장이 된 정통외교관. 김은 우리의 과학고등학교와 같은 영재교육기관인 물리고등학교를 나와 김일성종합대 물리학부를 졸업, 최근 경수로계약의 북한측 당사자로 거론되고 있는 조선설비수입회사 과장, 부사장, 사장을 거친 무역통이다.
강은 협상에서 기브 앤드 테이크를 아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고 김은 남북고위급회담에 참가하면서 전향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이산가족방문단과 사회문화, 경제교류에 관한 부속합의서에 합의했을때 김은 우리측에게『최고위층을 직접 설득, 재가를 얻어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북한관측통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이 「라이벌」관계라기 보다는 북한내부에서 강에대해 전반적인 견제가 가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측이 미국측의 고위급회담 제의에대해 대표를 강이 아닌 다른 인물로 대체하는 수정제의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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