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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가는 대학들(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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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가는 대학들(장명수 칼럼)

입력
1995.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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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각대학이 발표한 96학년도 입시요강을 보면 여론에 밀려가는 대학들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입시날짜 담합으로 복수지원을 막는다는 비난을 듣던 명문대들이 약간 날짜를 달리잡아 숨통이 트였고,대학별 본고사가 과외를 부채질한다는 압력때문에 본고사를 폐지·축소하는 대학이 늘어난것은 다행이지만, 마지못해 밀려가는 흔적이 역력하다. 입시란 수험생뿐 아니라 대학들도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행사다. 좀더 우수한 학생을 끌어모으기 위해 대학도 싸워야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대학들은 공정한 경쟁대신 담합을 택했고, 입시정책은 수험생을 무시한채 대학위주로 흘러왔다.입시관리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대학들이 복수지원제를 반대해 왔던것은 그 단적인 예다. 이런 풍토에서 연세대가 96학년도 입시날짜를 먼저 발표함으로써 상위권 학생들에게 복수지원의 길을 열어준 자신감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96학년도 입시에서 본고사를 치르는 대학은 95학년도의 37개교에서 23개교로 줄었다. 본고사를 치르는 대학들도 과목수를 한두과목 줄였고, 점수비율을 10∼20% 낮춰 10∼30%만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본고사가 과외를 부채질한다는 여론과 교육부의 본고사 폐지 권장으로 많은 대학들이 한발 물러섰지만,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다. 점수 비중을 낮췄다해도 본고사가 존재하는한 수험생들의 압박감은 여전할것이다. 또 그정도로 점수비율을 낮추면서 굳이 본고사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학의 자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고교교육의 정상화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이기심을 자제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앞에서 대학들은 좀더 능동적으로 입시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여론에 등을 떼밀려 마지못해 가지말고, 입시개혁의 주체로 앞장서겠다는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본고사 폐지를 권고할뿐, 수학능력 시험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하지않는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에 문제가 있고, 본고사 점수와의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등의 지적이 여러번 나왔는데, 덮어놓고 본고사를 폐지하라는것은 우수한 학생들을 뽑으려는 대학의 요구와 부딪친다. 수학능력시험의 출제범위·문항수·시험횟수등에 대해 대학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본고사폐지를 추진해야 한다. 누구도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는 교육개혁이 국민을 답답하게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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