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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부동산시장 되살아난다/실물경기 활성화로 사무실·공장 수요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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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부동산시장 되살아난다/실물경기 활성화로 사무실·공장 수요 늘어

입력
1995.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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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중반 「거품」후유증 남아 회복은 더뎌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장기침체의 악몽에서 벗어나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부동산컨설팅기업 랜다우어사에 의하면 동부 신흥상업중심지역으로 부상한 뉴저지주의 경우 최근 몇년간 20%를 웃돌던 사무실 공실률이 지난해는 16%수준으로 낮아졌고 보스턴 역시 10%까지 낮아지는등 대부분의 대도시 지역 사무실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산업용 부지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부동산 전문회사 그러브 앤드 앨리스사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전체 산업용 부지 공한율은 92년 13%에서 지난해는 11%로 낮아졌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단 이자율 인상으로 주택융자금 상환부담이 늘어난 탓에 최근 다소 주춤거리고는 있지만 일반 주택거래 또한 비교적 활발하다.

 『2년전만 하더라도 보통 한달에 1건 거래하기 힘들었으나 요즘은 2∼3건정도로 거래가 늘었다』는 것이 뉴욕인근 주택중개인들의 말이다. 뉴저지 ES 고든사 사장 토마스 버밍햄씨는 『미국은 워낙 국토가 넓고 지역적 조건이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는 80년대말이후 계속 하락추세를 보여 온 부동산 경기가 점차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기업매출이 증가하면서 공장및 창고부지등 업무용 부동산과 사무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등 실물경기가 활성화한데 따른 것임은 물론이다. 전국 부동산 중개업협회(NAR)는 최근 발간한 「부동산 경기전망」을 통 해 실업률이 완전고용수준인 5.8%선으로 떨어지고 실질임금이 86년이래 처음으로 오르는등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부동산경기는 90년대 후반까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정상화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도 80년대 중반 미국을 휩쓸었던 부동산 거품경기의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평소 자신의 부를 상징하는 「트로피」라며 애지중지했던 뉴욕 플라자호텔을 3억2천5백만달러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과 싱가포르 호텔기업에 팔기로 결정했다. 트럼프는 부동산경기가 한창이던 87년 3억달러의 은행돈을 끌어다 이 호텔을 구입했다. 그는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얻은 이익금으로 애틀랜타에 대형 카지노를 건설하는 등 사업확장을 계속해 왔으나 부동산 자산가치가 급속히 하락하면서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의 H기업은 뉴저지주에 있는 한 건물을 4백50만달러에 구입했다. 90년까지만해도 8백만달러에 달했던 이 건물은 계속 가격이 폭락, 결국 건물주가 은행차입금을 갚지 못하고 건물을 은행에 넘겨야 했다. 부동산담보로 자금을 융자해 준 은행 역시 차압한 부동산들을 처분하지 못해 도산에 이르렀고 H기업은 공매에 부쳐진 건물을 싸게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80년대말에서 90년대초 거품경기의 막차를 탔던 일본투자자들도 계속 손을 털고있다. 회계법인 케네드 레벤탈사는 지난 한해동안 미국전역에서 일본인 투자자들이 내놓은 매물만도 30억달러어치나 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부동산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는 한편에서 이처럼 불황기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80년대 중반의 거품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쿠쉬만 앤드 웨이커필드사의 뉴욕메트로폴리탄지역 책임자 도널드 에이젠 사장은 『당시엔 부동산이 돈을 잃을 수 없는 투자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고 기업이나 개인의 자기과시적 가수요까지 미국을 휩쓸었다』고 회고했다. 심지어 1백만달러에 계약한 부동산 계약서를 바로 20만달러의 권리금을 받고 팔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경기는 미국역사상 최대의 과열로 치달았다.

 은행들도 부동산 구입자금을 융자하거나 부동산에 직접 투자함으로써 과열형성에 일조했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계 투자자들의 자금유입이었다. 80년대말에서 90년대초 일본투자자들이 미국에 투자한 부동산자금은 7백80억달러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기까지는 5년여동안의 긴 곤두박질이라는 대가가 필요했다. 그러나 얻은 것도 적지 않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스스로가 80년대 중반 많은 재산을 부동산 투자로 잃은 에이젠사장은 『부동산 역시 상품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실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뉴저지주 이스턴 국제부동산의 보웬 박(48·한국명 박병훈)사장은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은 특히 기업입장에서는 자금사정을 악화시킬 위험부담이 큰 자산』이라며 『실제수요나 객관적인 시장분석 없이 「사두면 오른다」는 생각으로 차익을 노리는 사고방식은 미국실정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뉴욕=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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