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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 종전 20년/베트남전 재조명움직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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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 종전 20년/베트남전 재조명움직임 활발

입력
1995.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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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미 국방 맥나마라 패인분석한 회고록 내/월 작가들 「혁명미화」 문단분위기 비판작 출간 오는 30일로 종전 20년을 맞는 베트남전쟁을 새롭게 돌아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쟁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는 1만9천명의 미군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당시를 회한에 찬 목소리로 추억한 회고록을 써 냈고, 베트남작가들은 전쟁을 혁명과 영웅적인 투쟁으로만 미화해 온 전후 베트남 문단분위기에 공공연히 반기를 들고 있다. 한 세대도 안되는 세월이 비참한 역사를 용기있고 세심한 안목으로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베트남전의 비극과 교훈」은 63∼69년 존슨정부에서 전쟁확대와 미국의 적극개입을 주장했던 매파관료 맥나마라가 최근 써낸 회고록이다.

 그는 책에서 『당시 미국정부는 도미노이론에 따라 공산주의가 팽창할 것이라는 과장된 두려움에 빠져 있었고 그 지역의 실정을 잘 알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패인을 부패하고 무능한 당시 베트남정부에 돌리는 맥나마라는 호치민 월맹지도부와 그들의 민족주의에 대한 과소평가, 군사력 과신, 일사불란하지 못했던 전쟁수행조직도 패인으로 들었다.

 『당시 합참본부의 참모등 군인들이 핵무기 사용을 호탕하게 거론해 충격을받았다』는 맥나마라는 미국이 베트남전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결국 죄악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고 회고한다. 그는 회고록 출간과 동시에 가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래의 많은 분쟁이 민족주의때문에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분쟁성격과 개입의 정당성에 대한 올바른 평가없이 외부 군사력의 힘을 과신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공산당정부의 지도 아래 전쟁의 승리를 영웅적 투쟁으로만 묘사해 온 베트남문단도 달라졌다. 바오 닌, 구엔 후이 시에프등 작가들과 여성소설가 두옹 추 후옹은 경제개방이 시작된 80년대말 이후, 전쟁과 그 후의 베트남사회를 새롭게 조명한 작품을 발표해왔다. 이들에게는 베트남전이 미국을 몰아내기 위한 영웅적 투쟁으로 가득했거나 애국주의와 동지애 넘치는 전사들만 존재했던 싸움이 아니다.

 바오 닌은 베트남인민의 개인사를 다룬 소설 「전쟁의 슬픔」을 통해 전쟁을 치르면서 그들이 잃어버린 것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동안 완고하게 지켜지던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부터도 상당히 벗어나 있어 논란을 일으켰다.

 91년 발표돼 여러 문학상을 받은 「사랑의 운명」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지만 기성문단과 정치권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전쟁에 이겼지만 여전히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참전군인들과 베트남인민의 좌절감등이 폭넓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으나 참전혁명용사들은 『어두운 분위기, 마약, 자살, 탈당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차 있다』고 비난했다.

 베트남문인들의 새로운 작품은 공산당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12일 베트남작가연합 제5차 회의에 참석한 도 무오이 공산당서기장은 『일부 작가들이 조직에 대해 반대하면서 역사의 전수물과 혁명의 성공적 유산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와 당에 반발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학에서 저질러지는 잘못을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실제로 베트남전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작가 두옹 추 후옹은 명백한 죄명도 없이 투옥됐고 자신이 일하던 문예지로부터도 작품과 사회활동이 문제가 되어 쫓겨나기도 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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