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6년을 「문학의 해」로 정한 이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문학의 해를 의미있게 치를 수 있는가가 초점이다. 그 방법으로 근대문학관 건립, 근대문학전집 발간, 전세계 한국문학인대회 개최, 창작지원금 지급, 번역사업에 대한 총체적 지원과 전략마련등이 거론되고 있다.○노벨상받기 집약
이런 논의의 바탕에는 우리 문학도 이제 세계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깔려 있다. 문학의 세계화―그것은 쉽게 말하면 노벨문학상 받기로 통한다. 특히 지난해 일본작가 오에 겐자부로(대강건삼랑)가 노벨상을 받자 한국의 문학인들은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며 세계속의 한국문학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한국문학을 세계화하려면, 즉 노벨상을 받으려면 ▲원작의 작품성이 뛰어나야 하며 ▲번역이 빼어나야 하고 ▲번역출판된 책이 세계의 독서시장에서 널리 유통돼 주목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 이론이 없을 것이다.
우선 작품에서 세계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문인협회가 지난 14∼15일 「세계문학과 우리 문학」을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도 작품성에 관한 토론이 진행됐다. 한국작가들은 민족분단과 군사쿠데타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는 제3세계적 환경에 살고 있으므로 제1, 제2세계 작가와 달리 제3의 창작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극단적으로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삶과 수난은 곧 세계의 사건이며 이들을 소외시키는 현실을 드러내는 문학이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한국적 정서가 짙어야 한다는 소재주의적 차원을 지양, 후기산업사회, 고도산업사회라는 세계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하며 세계사적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우리 민족의 수난이라는 소재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번역·유통 지원 등
작품성문제는 그렇다 하고 번역과 유통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어와 번역대상언어에 모두 능통한 번역자들을 확보, 우리의 문학이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공들여 번역한 작품이 외국의 공공기관, 도서관에서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새로운 유통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구문화의 중심지인 스톡홀름에 한국의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한국문화센터를 설립하거나 한국서점을 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해외에 한국문학 알리기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학의 생활화를 위한 내실다지기일 것이다. 문학은 다른 어떤 예술분야보다 향수층이 넓고 모든 예술의 기초가 되는 것이지만 한국문학은 평균적인 한국인들을 독자로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문학독자로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학생 아니면 소수의 교원층인 것이 사실이다. 문학강연이나 세미나에 참석하는 청중도 역시 그런 사람들이며 대부분의 성인들은 문학과 거리가 멀다.
○보다 중요한 것은
「96 문학의 해」에는 해외에 한국문학 알리기에 주력하는 정도만큼 국내 독자들에게 한국문학을 알리고 문학의 생활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평소에는 문학과 거리가 먼 국민들이 무슨 마술의 힘에 의해 96년부터 갑자기 문학독자가 될리 없으며 입시에 쫓겨 소설책 한권 읽지 못하는 학생들이 자라나 한국문학을 꽃피우기도 어렵다. 각급학교에서의 문학교육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국민들을 문학과 가깝게 만들어 지속적인 독자로 확보하는 노력, 그것이 「문학의 해」에 진정으로 중시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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