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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경수로회담 결렬/“한국형·중심역할 양보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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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경수로회담 결렬/“한국형·중심역할 양보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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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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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책/파국불원 대화·협상기조 유지/핵동결 파기땐 즉각 제재착수 난항을 거듭하던 북·미간 경수로전문가회의가 20일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의해 완전 결렬됨에 따라 북·미합의의 전체이행구도가 새롭고도 위태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정부는 일단 이번 회의의 결렬에도 불구, 북한이 핵동결을 유지하는 한 대화와 협상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는 위기상황을 타개하고 국면전환을 시도한다는 차원에서 북·미간 추진되고 있는 고위급회담의 재개를 수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러나 로버트 갈루치 미국무부핵담당대사와 강석주 북한외교부부부장간에 고위급회담이 실현될 경우에도 한국형관철 및 우리의 중심적 역할확보원칙은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북·미간 고위급회담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 회담의제등에 관해 미·일과 공동전략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우선 북·미간 고위급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지난해 10월에 타결된 기본합의문은 수정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북·미 기본합의문 자체가 특별사찰을 통한 핵투명성확보등에서 우리측의 양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만큼 북한의 추가적인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북·미간 고위급회담의 재개추진 자체가 이미 또다른 한국배제로 비쳐지는데 따른 부담감도 작용하고 있다.

 이와관련, 북한은 고위급회담을 통해 경수로 노형 및 주계약자선정등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다른 이행조치와 관련해서도 새로운 일괄타결을 시도할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또 북한은 이번 기회에 고도의 정치적 합의의 성격을 갖는 북·미합의문 자체를 법률적 보장이 추가되는 국가간 조약의 형태로 격상시키려 할 개연성도 있다.

 한편 정부는 고위급회담이 실현돼 모종의 타결이 이루어질 경우 후속조치로 서의 새로운 경수로전문가회의는 북한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사이에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북·미간 고위급회담에서 경수로 노형 및 한국의 중심적 역할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 관철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위급회담 자체가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대화전략을 추진하는 것과 병행해 북한이 핵연료봉을 재장전, 핵동결을 파기할 경우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북·미간 합의의 부분적 파기는 당연히 합의 자체의 파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즉각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에 착수한다는 것이 정부의 단호한 입장인 것이다.<고태성 기자>

◎북한속셈/“「합의」깨져도 보상만 받으면 그만”/평화협정과 연계 일괄타결 노려

 베를린 북미 전문가회의의 결렬후 북한은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하는데 협상역량을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같은 평화체제를 수립하는데 몹시 조급한 자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북미합의당시부터 북한측으로서는 평화협정체결문제가 경수로지원보다 도리어 우선하는 최종적인 정책과제였으며 이후 중립국감독위 대표단 축출등 다소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 가며 이를 일관되게 추구해왔다.

 북한은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경수로의 노형문제, 부대시설 추가제공문제등을 평화협정문제와 연계해가면서 일괄타결을 노리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것 같다.

 베를린회의가 진행중이던 지난19일밤 북한은 외교부대변인 담화를 발표, 『한반도에서 새로운 평화체제 체계수립과 북미적대관계 종식등 정치적인 문제들이 우선 해결돼야한다』면서 『북미합의가 깨지더라도 핵시설동결에 따른 보상만 받으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주장을 『북한측이 「우리가 협상하려는 것은 핵문제가 아니다」라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받아 들였다.

 그러나 북한측의 이같은 목표가 장기적인 것인지, 단기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북한은 현실적으로 미국이 당장 평화협정체결 협상에 응하기 힘들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이번 강석주―갈루치간의 북미정치협상 에서는 평화협정문제를 계속 들먹여 미국을 수세에 몰고 경수로 지원문제에서 추가적인 양보를 얻어내는 것을 1차목표로 삼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시말해 궁극적으로는 우리측을 소외한 북미평화체제 수립을 노리고, 단기적으로는 협상 과정에서 경제적이고 실질적인 소득을 얻어보겠다는 일거양득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에따라 우리측은 미국측에대해 남북대화 재개요구를 보다 강하게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설사 남북대화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협상전략상 북한측이 평화협정체결을 요구 할 때 이를 상쇄할 수 있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유승우 기자>

◎미국대응/“실무자간 절충불가능” 판단/고위회담서 북진의 확인 한국형수용 「담판」

 미국은 베를린 북·미 경수로 전문가회의가 결렬됨에 따라 로버트 갈루치 북한핵대사와 강석주 북한외교부 부부장과의 고위급 정치협상에 문제해결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남은 쟁점들이 실무자급에서 절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향설정은 클린턴행정부가 오래전부터 경수로 협상의 마지막 카드로 고위급회담의 개최를 검토해온 사실에 비춰볼 때 별로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미행정부관리들은 북한이「한국형」을 거부하는 주된 이유가 정치적인 동기에 있다고 믿고 있다. 한국형 경수로 수용은 한국체제의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며 자칫 체제붕괴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북한 지도부의 위기의식이 문제해결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형의 수용여부는 북한내 최고위층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미국이 북한 최고 실권자 김정일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석주와의 막판 담판에 마지막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은 일단 강석주를 통해 김정일의 진의를 확인해 보겠다는 속셈이다. 여기서 한국형의 수용이냐 불가냐를 최종적으로 매듭짓고 제네바합의의 다음 이행단계로 넘어가자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핵동결 조치를 해제하지 않는한 제네바 합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이같은 입장은 베를린 경수로회의가 일시 중단된 20일 하오 백악관에서 열린 북핵문제 대책회의에서도 재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정부는 일단 대표단을 베를린에 대기시켜 놓은 채 북한측의 대화재개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 만일 이번 실무회담이 재개된다면 이는 고위급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의 성격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북·미간 고위급회담 재개는 한국측의 양보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경수로 문제에서 돈줄을 쥐고 북·미간의 거래에 「벼랑끝 전술」을 펴온 한국은 갈루치―강석주 회담을 통해 한국형을 보장받는 대신 또 다른 쟁점에서 양보하는데 동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으로서는 북한이 강경한 대미 수사에도 불구하고 핵동결을 유지하면서 대일·대미관계 개선에만 치중할 경우 이에 대처할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면에서 한국형을 관철시키고 이를 북한에 대한 지렛대로 이용할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이것이 그동안 한국측을 설득해온 미국측의 논리였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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