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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회담의 결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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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회담의 결렬(사설)

입력
1995.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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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나 하면서 한가닥 기대를 걸었던 경수로원전공급을 위한 미국과 북한간의 3차 전문가회담은 북한의 소위 「벼랑끝외교」와 쇠고집작전으로 합의에 실패했다. 협상이 결렬된만큼 북한이 당초 호언한대로 핵연료봉을 재장전하여 국제적 제재를 자초하고 긴장을 고조시킬 것인지, 또는 전문가회담을 재개하거나 한국이 제기한 북·미고위급회담의 절충에 맡길 것인지는 북한측 태도에 달려있다 하겠다.

 회담이 결렬된 원인은 역시 원전의 노형때문이었다. 북한이 한국형 채택과 건설에 있어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완강히 거부한 것이다. 북한이 이를 한사코 거부하는 것은 한국형원전을 수용할 경우, 자존심 손상과 함께 한국기술인력의 유입으로 주민이 동요할 여지가 있고, 특히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 결국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하게 되는 것이므로 이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은 미국회사의 원전을 희망하는 대신 한국만이 건설비용을 대부분 부담할 수 있고 한·미·일 3국의 의지가 확고함을 잘 알고 있어 기본설계와 제작 및 시공에 한국이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수정안을 냈지만 그것은 한국이 형식적인 들러리역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한국이 45억여달러의 건설비중 근70%를 부담하는 처지에서 한국형원전과 건설에 중심적 역할을 맡는 것은 납세자인 국민설득에 있어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요 마지노선이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고 또 회담의 원만한 진전을 위해 「한국형」이라는 명칭은 고집하지 않되 「울진3·4호기의 참조발전소」로 하고 입북할 기술자수를 축소하며 시공에 있어 활동구역을 제한하는 한편 북한과 미국기업이 접촉·거래할 수 있게 미기업이 감리를 맡는데까지 양보한 것이다.

 북한은 최근 3차전문가회담이 열리기 전후에 「한국형을 강요할 경우 합의를 파기할 것이다」 「협상이 21일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영변의 5㎿핵원전에 연료봉을 재장전, 가동하겠다」 「대화와 대결을 모두 준비하겠다」고 온갖 협박을 해댔지만 한·미·일은 결코 여기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북한은 핵개발을 재개할 경우 미국과 합의로 얻은 경수로를 비롯, 연락사무소개설, 무역제재완화, 전화개통, 중유공급등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유엔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되며 일본과의 수교추진과 조총련으로부터의 송금, 그리고 남북경제협력등도 중단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제 북한은 전문가회담을 재개하거나 미국과 고위급회담을 통해 한국형의 명칭은 바꾸되 한국의 핵심적 역할을 수용하는 선에서 타결짓는데 협조해야 한다. 그 길만이 더 많은 것을 얻어 극심한 경제난을 넘기고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타결을 늦출수록 더많은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북한자신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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