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실알고도 방치… 결산보고서 허위작성/93년 11월이후 업무검사 한차례도 실시안해 수협중앙회의 거액 환차손 사건은 단순히 환율예측 잘못에 의한 사고라기보다 무능하고 안이한 경영진이 빚어낸 경영부조리로 드러났다. 어린아이(딜러)가 화약더미를 쥐고 놀고 있는데도 부모(경영진)가 이를 방치하다가 대형사고를 빚었다는 것이다. 더 큰 책임은 당연히 부모에게 돌아가야 한다는게 검사를 맡았던 은행감독원의 시각이다.
은감원에 의하면 수협중앙회 경영진은 이미 지난해 9월 79억원에 이르는 환차손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아 손실이 더욱 커지는 것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같은 거액의 손실을 입고도 마치 이익을 낸 것처럼 연말 결산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으며, 대차대조표에 기재하도록 돼있는 선물환거래내역도 고의로 빼버렸다.
또 각부서에 대한 내부 업무검사와 회계검사를 1년에 한번이상 하도록 돼있는데도 93년11월이후 국제영업부에 대한 업무검사를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은감원관계자는 『수협중앙회의 경영진들이 외환거래의 위험성과 이에 대한 통제장치에 대해 전혀 인식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결국 딜러 한 사람이 1억3천만달러나 되는 거액의 선물환거래를 1년이상 할 수 있도록 방치해온 것이다. 담당딜러였던 이모과장은 이같은 거액의 거래를 하면서 장부에는 거의 기록을 남기지 않은채 메모형식으로 거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문에 은감원은 정확한 거래규모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과장은 외환거래과정에서 내부 거래한도(건당 3백만∼5백만달러)를 전혀 지키지 않았으며, 특히 지난해 6월까지는 이같은 거래한도규정조차 없었던 사실도 밝혀졌다.
일반 시중은행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딜러의 투자재량권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을뿐 아니라 딜링업무와 계리업무를 구분, 거래내역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항상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이번 검사를 담당했던 은감원관계자는 『수협의 경영진들이나 관련자들 모두 책임을 묻기가 민망할 정도로 외환거래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고 말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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