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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우리아이 어디” 생지옥/미 폭탄테러/악몽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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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우리아이 어디” 생지옥/미 폭탄테러/악몽의 순간

입력
199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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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건물 온통 피범벅 곳곳비명/구조작업 소방대원 분노의 눈물 폭탄테러는 그가 알프레드 머레이 연방빌딩 3층 신용금고 사무실에 막 출근한 순간 일어났다. 고막을 찢는 엄청난 폭발음과 건물 전체가 터져버리는 듯한 격심한 충격을 동시에 느끼며 에이미씨는 정신을 잃었다. 오클라호마시티 중심부에 자리잡은 관공서 건물이 삽시간에 앙상한 형체만을 남긴채 날아가버리고 시뻘건 화염과 매캐한 연기에 휩싸였다. 유리, 대리석등으로 화려하게 빛나던 빌딩의 외장은 물론 건물의 기둥도 부러지고 주저앉았다. 55밖에 떨어져 있던 주민들도 굉음과 함께 진동을 느껴 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착각할 정도의 엄청난 폭발이었다. 도심건물의 유리창은 거의 대부분 박살이 났다. 목격자들은 불기둥이 2백이상 치솟았고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으며 유리파편이 우박처럼 건물 곳곳에서 쏟아져 내렸다고 말했다. 폭발 수분뒤  알프레드 머레이 연방빌딩과 주변건물에서 유리파편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마치 폭격을 당한 듯한 연방빌딩 내부에는 팔다리가 잘려진 시체들이 피를 흘린 채 참혹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건물 2층에 있던 탁아소도 형체를 찾아 볼 수 없었으며 3∼4세로 보이는 유아들의 시신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팔다리가 잘린 채 『살려달라』고 구조를 요청하는 부상자들의 신음소리,유리파편이 얼굴과 팔등에 박혀 피범벅이 된 시민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소방차와 구급차의 사이렌소리에 묻혀버렸다.

 그는 폭발로 3층 사무실에서 1층까지 떨어져 내렸으나 책상과 카펫이 쿠션역할을 해 목숨을 건진 것으로 생각했다. 파편더미에 갇혀 간신히 얼굴만 내밀고 숨쉬고 있던 에이미씨는 5시간이 지나서야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녀가 들것에 실려 나오자 주변에서 안타깝게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동료와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성을 올렸고 눈물을 흘리는 소방대원도 눈에 띄었다. 

 테러가 난 뒤 탁아소의 아이들이 걱정이 돼 몰려온 부모들은 40여명의 어린이들이 행방불명됐거나 사망했을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말에 아들과 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부모들은 『아이들도 무차별로 살해하는 범인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들』이라며 『수사당국은 철저한 수사로 범인들을 반드시 검거해야 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과 소방대원의 인명구조작업과 수사가 본격화한 것은 테러가 난지 2시간이 넘어서였다. 제2의 폭발이 있을 가능성에 대비, 현장에서 떨어지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상자치료를 위한 이동형 긴급치료시설도 건물밖에 설치됐다. 당시 건물 내부에는 적어도 5백50여명이상이 근무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경찰의 추정이 나왔다. 80명 내지 1백20명가량이 사망했을 것이라는 CNN뉴스의 보도도 흘러나왔다.

 하오가 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뜨거운 열기에 휩싸여 있던 머레이 연방빌딩의 잔해가 비에 젖으며 건물 주변은 더욱 황량해 졌다.<오클라호마시티=정진석 특파원>

◎연방정부 산하 관공서 집합건물/비밀검찰·마약단속국등 수사기관 밀집/폭발 「머레이빌딩」

 폭탄테러 타깃이 된 오클라호마시티의 「알프레드 머레이」 빌딩은 시의 중심가인 로빈슨가 5번지에 위치한 연방정부산하 관공서 집합건물이다. 74년 건립된 연방정부 소유의 지상9층, 지하4층의 현대식 건물로 재무부 농무부 식품의약국(FDA)등 각종 연방기관들의 오클라호마 지국이 입주해 있다.

 특히 이 건물에는 연방주류·연초·총포류단속국(ATF) 비밀검찰(SS) 연방마약단속국(DEA) 해병대분소등 테러 및 범죄수사기관들의 오클라호마본부가 들어있어 이번 테러가 이들 기관을 주대상으로 했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ATF의 경우 꼭 2년전 사교(사교)집단 다윗파와의 대치과정에서 요원 4명이 숨진 적이 있다. 이번 폭탄테러로 최대의 피해가 발생한 탁아소는 입주기관 직원자녀들을 돌보기 위한 것으로 건물 전면 2층에 위치해 있다.<오클라호마시티=정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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