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미사 역할등서 유연입장/협상 계속여부 북태도에 달려 한·미 양국정부는 베를린에서 계속되고 있는 북·미간 경수로전문가회의에서 명분보다는 실질적 내용에 무게를 실은 탄력적인 협상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유연한 대응에도 불구, 여전히 경직된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결정적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실질적으로 한국형이 관철되고 우리의 중심적 역할이 확보되면 북한이 요구하는 다른 부분은 얼마든지 협상에 의한 절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북한은 원칙적인 사항에서 협상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한국형경수로를 수용하는데 따른 북한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심한 흔적은 여러부분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정부는 북한이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한국표준형 경수로」의 명칭표기와 관련, 보다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북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경수로의 명칭표기도 북한의 요구사항을 참작, 협상을 통해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경수로 노형문제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설계등에 있어서 우리 기술진의 독점적이고 전적인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경수로의 명칭표기는 양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참조모델인 「울진 3, 4호기」의 명기는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고 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는 북한에 건설될 경수로의 성능에 대해 우리가 전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도 반영돼 있다. 북한은 이에대해 설계등에서 우리 기술진의 참여를 부분적으로 인정할 뜻을 비치면서도 경수로 노형의 참조모델로 미 컴버스천엔지니어링사 제품인 CE80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경수로사업에 있어서 미기업의 역할범위를 일정부분 인정한 것도 우리의 중심적 역할에 관해 다소의 흠집을 감수할 수 있다는 결정이었다. 즉 정부는 한·미간 협의를 통해 미기업이 프로젝트코디네이터(PC)로서 경수로 사업을 감리하고 일차적인 대북접촉선 역할을 할 수 있다는데 합의한 것이다. 당초 미국은 북한의 입장및 자국기업의 참여지분을 지나치게 의식해 종합적인 사업관리 역할인 프로그램매니저(PM)를 미기업이 맡아야 한다는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곡절끝에 한·미가 최종적인 대북카드로 제시한 것이 PC개념으로 사실상 북한이 중요한 사항에서 미기업을 직접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외견상 미기업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를 감수하더라도 우리기업이 주계약자를 맡는 것은 실질적으로 확보해야할 마지노선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 부분마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유연한 협상전략에도 불구, 북한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협상자체가 깨지더라도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수로공급협정 체결의 목표시한인 21일을 앞두고 북한이 극적인 태도변화를 보이던가 아니면 혹은 양측간 합의로 협상의 계속만을 합의한채 다시 이번 회의를 끝내는가는 결국 북한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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