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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아소 어린이들 수십명 희생/미폭탄테러 참사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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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아소 어린이들 수십명 희생/미폭탄테러 참사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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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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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레픽업 떠난후 “쾅”… 건물폭삭/실종·매몰자수색 밤새워 구조작업【워싱턴·뉴욕·오클라호마시티=이상석·조재용·정진석 특파원】 19일 미국의 한적한 남서부도시 오클라호마시티의 「알프레드 머레이」연방정부 건물을 강타한 차량폭탄테러는 미전역을 충격과 경악속으로 몰아넣었다.

 이날 상오 9시(현지시간) 출근시간에 맞춰 자행된 이번 사건은 연방정부 소유의 관공서 건물을 겨냥, 건물에 입주한 연방기관 소속의 공무원들과 그들의 나이어린 자식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차량폭탄테러의 대상이 된 연방정부 건물은 내전이 한창이던 레바논 베이루트나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시내의 건물을 연상시킬 만큼 처참한 모습으로 변했다.

○출근시간맞춰 자행

▷폭발순간◁

 상오 9시. 미 남서부 오클라호마주의 주도인 오클라호마시티 로빈슨가 5번지에 위치한 알프레드 머레이 연방 건물은 막 출근을 끝내고 하루일과를 시작하려는 5백여명의 연방정부 공무원들로 붐볐다. 2층에 위치한 탁아소에서는 일 나온 엄마·아빠의 손에 이끌려 나온 어린이들이 서로 아쉬운 작별을 나누는등 여느때 처럼 북적이기 시작했다.

 청사앞 도로에 갈색 시보레 픽업트럭 한대가 주차한 것은 바로 이 때다. 잠시 멈췄던 트럭이 떠나는 순간 「꽝」하는 폭발음이 귀청을 때렸다. 이와 동시에 9층의 건물 전면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내부에 있던 사람들은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에 깔려 압사하거나 창밖으로 튕겨나갔다. 건물 안팎에서는 「살려달라」는 외침과 비명이 뒤섞여 삽시에 생지옥으로 변했다. 곳곳에 화약냄새와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특히 건물전면에 있던 탁아소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리며 1세에서 7세까지의 수용어린이 40명중 20명이 실종돼 버렸다. 목격자들에 의하면 폭발 불길은 2백까지 치솟았고 반경 55 이내에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의 강한 위력이었다.

○시중심부 폐허변모

▷폭발현장◁

 콘크리트로 탄탄히 지어진 구조물은 폭탄을 정면으로 받은 북측 전면이 완전히 날아간 채 내부가 훤히 드러나는 흉측한 모습으로 변했다. 폭염과 흙먼지가 자욱한 건물 곳곳에는 신체 일부가 절단된 희생자들이 뒹굴고 부상한 채 쓰러져 있는 생존자들의 비명과 「살려달라」는 외침이 끝없이 이어졌다. 

 알프레드 머레이 건물 뿐 아니라 폭발 충격으로 길건너 주법원청사를 비롯한 인근 건물들의 유리창이 박살나며 거리에는 깨진 유리조각과 건물 파편으로 덮여 오클라호마시티 중심부 전체가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파편은 사방 5개 블록까지 튀어 길 가던 행인들도 곳곳에 쓰러졌다. 폭발지점에는 깊이 3·5 폭 9의 웅덩이가 파여 사고당시의 참상을 엿보게 했다.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수색탐지대 등 동원

▷구조작업◁

 폭발사건이 발생하자 오클라호마 주정부는 주변지역 방위를 위해 즉각 주방위군을 소집하는 한편 소방대, 경찰, 구급대, 의료진, 공무원등을 동원, 생존자 수색 및 부상자 후송작업을 펼쳤다. 그러나 붕괴 위험과 함께 콘크리트 더미가 쌓여 수색 구조작업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무너진 더미속에는 아직도 약2백명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이 깔려 죽어 있거나 갇혀 있을 것으로 예상, 섣불리 중장비를 동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각지에서 수색탐지견을 앞세운 구조팀이 달려와 밤샘 작업을 벌였다. 

 군당국은 중상자 수송을 위해 UH60헬기 2대, 의료지원 병력을 급파하고 의료당국은 건물 바깥 도로변에 긴급구호시설을 설치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건물 북쪽에 있는 한 창고를 개조해 급조한 임시 시체안치소에는 발굴 시체가 늘어나며 곧 비좁아 졌다.

 수색작업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경찰과 구조원들이 매몰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해 나올 때마다 박수를 치면서도 시종 안타까운 표정으로 인명구조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중동과격단체에 초점

▷수사상황◁

 클린턴대통령은 연방수사국(FBI)의 지휘를 받는 연방정부 위기관리팀을 즉각 가동시키고 테러범 윤곽을 파악하기 위해 재무부내 수사기관인 주류·연초·총포단속국(ATF)과 군수사기관, 오클라호마 지방 수사기관등 동원가능한 모든 인력과 물적 자원을 사건수사에 동원하도록 지시했다. 테러집단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셈이다.

 수사당국은 용의자들이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에서 전국자동차 렌트사로부터 픽업 트럭을 빌려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문제의 갈색시보레 픽업트럭을 긴급 수배했다. 존 메거ATF국장은 오클라호마 연방건물 앞에 픽업트럭 1대가 잠시 멈춘 뒤 상오 9시께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용의자로 추정되는 3명중 중동인으로 보이는 2명의 인상착의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 CNN 방송은 수사당국이 현재 중동지역의 과격테러단체들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일부언론들은 FBI가 용의자들을 검거해 신문중이라고 보도했으나 FBI측은 이를 공식 부인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사건 발생일이 2년전 사교집단인 다윗파의 방화자살사건 날짜와 일치해 두 사건의 관련성도 캐고있다.

○국가안보국서 담당

▷수사체제◁

 미국내 여러 수사기관중 이번 테러사건수사를 책임진 기관은 미연방수사국(FBI)내 국가안보국(NSD)이다.

 FBI의 수사담당부서중 범죄수사국(CID)이 주정부 차원에서 수사하기 어려운 마약, 조직범죄등 연방차원의 대형사건을 전담하는 반면 NSD는 국가안보가 걸린 중대문제나 국가테러조직이 연계된 사건을 전담한다. NSD는 중앙정보국(CIA), 군정보국(DIA)등을 비롯한 타 대(대)테러전담기구들과 연계, 또는 통괄 지휘하는 책임을 맡고있다.

 NSD는 원래 냉전시대 미국내 이중간첩이나 국제 테러리스트 수사를 목적으로 창설된 해외정보국(FCI)의 후신으로 베일속의 특수조직이다. FBI요원들조차 누군지 모를 정도로 비밀에 싸인 조직이다.

 이 조직은 미국내 최대 이중간첩인 올드리치 에임스를 체포했으며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파범 람지 아메드 유세프를 체포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인구44만 주도… 최근 과격회교분자등 몰려 주목/오클라호마시티 

 폭탄테러사건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오클라호마시티는 개척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남서부 프레리(대평원) 한복판의 전형적인 목가풍 도시이다. 인구 44만7천여명의 중소도시로 항공기 철강 정유 인쇄 목축업이 활발한 오클라호마주의 주도이다.

 시내에 「카우보이 영예의 전당」이 자리잡고 있으며 지금도 연회장에는 장화에 카우보이 복장이 자연스럽게 통한다.

 오클라호마주는 서부개척 시대인 19세기말 카우보이들에게 총성을 신호로 말을 타고 달리는 곳까지 선착순으로 땅을 나누어준 이후 선착순 주(SOONER STATE), 개척자의 천국(BOOMER`S PARADISE) 등의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오클라호마주 일대에는 지난 10년간 과격 회교분자들이 본거지와 연락망을 설치, 각종집회를 개최하는등 테러의 조짐이 싹트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미국내 회교 과격세력과 집단자살극을 연출했던 다윗파등이 몰려들어 심각성을 더해 주었다.

 미국인들은 낯익은 뮤지컬 「오클라호마」의 평화로운 이미지가 살아있는 이곳에서 최악의 폭탄테러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더없는 충격을 받고 있다. 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폭탄테러를 당한 이후에도 이곳 주민들은 『오클라호마만큼은 테러 무풍지대』라고 믿어왔다.

 떠돌이 노무자를 뜻하는 속어 「오키」라는 말이 오클라호마에서 연유됐을 정도로 시골풍과 카우보이 전통이 강한 이곳에는 현재 1천명 안팎의 한인교포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오클라호마시티=정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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