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덕·전병현·김경희·백운경씨 등/다양성 등 제한 풍토깬 신선한바람 독학으로 예술세계를 일군 작가들이 최근 들어 하나씩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술대학에서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화업의 길에 들어선 작가들이 학연중심의 기존 화단의 높은 벽을 뛰어넘어 예술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화단의 주류에서 소외됐지만 최근 들어 평가되고 있는 대표적 작가들로는 김영덕(64) 전병현(38) 조민(37) 이철수(41) 이상원(60) 이정한 이석조(50) 유춘열 최울가 김경희(47) 백운경씨등이 꼽힌다. 해외에 더 잘 알려진 전병현씨와 조민씨는 뒤늦게 각각 프랑스와 미국에서 미술공부를 했고 김경희씨와 백운경(뉴욕거주)씨는 대학졸업뒤 다시 미대에 진학한 만학파들이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전시회를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김영덕씨는 5월5일까지 다도화랑 한남점(792―4826)에서 한남점개관 기념으로 초대전을 열고 있다. 그는 90년대 이전까지 암울했던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을 제작해왔으나 근작인 「향」연작들은 긍정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언덕 초가집 까치나무 구름산등 우리의 산하, 그리고 그 속에 뿌리박고 있는 보통사람들의 삶과 그 냄새등을 특유의 넉넉한 색감처리와 질감내기 어법으로 표현한다.
지난 3월 백상갤러리 초대로 개인전을 가졌던 이상원씨는 버려진 문명의 퇴적물을 통해 물질문명을 비판하는 내용을 즐겨 그린다. 하수에 잠긴 찢어진 신문, 헛간에서 삭아가는 새끼줄 뭉치, 폐타이어가 산처럼 쌓인 폐품장등 인간의 삶의 영역에서 밀려난 것들에 대한 연민이 작품에 배어있다.
이석조씨도 지난 3월 한국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는데 그는 한국의 토속 정서에 바탕을 둔 필치로 만다라의 세계를 그려낸다. 나머지 작가들도 90년대들어 개인전이나 초대전을 통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선보여 미술계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철수씨는 판화에 화제를 곁들이는 점이 독특하다.
미술평론가 윤우학(홍익대교수)씨는 『우리사회는 미술대학 출신만 예술가라는 획일적인 인식이 알게 모르게 자리잡고 있으며 이런 풍토가 화단의 다양성과 창조성을 제한하고 있다』며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재능이 뛰어난 작가를 좌절시켜서는 안되며 이들에게도 재능을 발휘할 계기를 마련해줘야 우리미술이 발전한다』고 말했다.<이기창 기자>이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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