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붕괴사건이 났던게 지난 94년 10월21일― 지금부터 꼭 6개월전의 일이었다. 당시 엄청난 충격과 치욕으로 나라 전체가 흔들렸고 「건설한국」의 체면도 땅에 떨어져 세계적 조롱거리가 됐었다. 그 악몽과 같았던 사건이 불과 6개월만에 차츰 잊혀져만 가고 있다. 바로 어제(20일) 서울지법형사7단독 재판부는 32명의 고귀한 생명마저 앗아갔던 이 사건 1심선고공판에서 기소된 17명의 피고인 전원을 석방했다. 물론 1명만 무죄일뿐 나머지 16명에게 유죄를 인정했다지만 모두에게 1∼5년씩의 집행유예형을 선고, 엄청났던 사건의 책임자들이 결과적으로 모두 풀려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이같은 선고결과는 시작은 있고 끝은 없으며, 사건당시에만 들끓다가 곧 잊어버리고 책임규명에도 소홀한 후진적인 「건망증사회」 「무책임사회」의 실상을 유감없이 드러낸 것이어서 또다른 충격과 분노를 촉발할 수가 있다.
실제로 이번 선고내용이 알려지자마자 시민들은 또다른 충격을 받은듯 이래가지고서야 성수대교붕괴참사의 교훈을 우리사회가 과연 어떻게 살릴 수 있겠는가고 어이없어 한다. 시민들은 또한 이같은 책임소재 흐리기가 붕괴사건 한달뒤 검찰이 시공회사대표와 사건당시의 서울시장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이미 비롯됐고, 급기야 나머지 실무자급 17명마저 재판부가 모두 풀어놓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재판은 사법부 고유의 권한이고 법관은 판결로 말할뿐이라지만 이번 선고결과는 여러모로 실망스럽고 유감스럽다. 추락사건으로 고귀한 목숨을 잃은 32명의 학생과 시민들의 원혼을 과연 어떻게 달랠 수 있으며, 성수대교사건의 여파로 시민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많은 불편을 무슨 명분으로 계속 강요할 수가 있을 것인가 하는 근원적 문제가 제기되 는 것이다.
사실 서울시민들은 그동안 모든 대형구조물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성수대교 「신드롬」에 시달려 왔을뿐 아니라 10부제 강제와 잦은 교통통제등 온갖 불편을 선진·책임사회로 가기 위한 불가피한 부담으로 여겨 견뎌왔었다. 이번 선고는 이같은 시민정서와 기대에 결과적으로 찬물을 끼얹은 감이 없지 않다.
판결문 내용이 선고결과와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구체적으로 판결문은 부실시공이 이번 사건의 직접적 원인이고 교량유지·관리·감독소홀에도 복합 책임이 있지만 시공당시의 공기단축요구분위기와 15년전의 부실시공책임임을 참작,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바로 엊그제 일어난 것이고, 그 무거운 짐은 바로 오늘과 미래에 걸쳐 나라와 시민이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사건·사고는 이어지는데 책임소재는 흐려지기 일쑤인 우리 사회의 후진적 행태가 답답하기만 하다. 성수대교사건의 상급심재판과정을 시민들은 더욱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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