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회의 계속… 모종합의 촉각/「시한」직전 마지노선 제시 관측 북·미경수로전문가회의가 진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양측은 19일 예상과 달리 수석대표회동으로 회의를 시작한데 이어 하오에는 두그룹의 실무자회의로 협상을 이어 나갔다. 20일에도 실무자간 협상이 계속됐다.
지난 13일 중단된 회의가 수석대표회담 형식으로 재개된 것은 우선 양측이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양측 수석대표는 회의 휴회기간동안 본국정부와 협의한 내용과 지난번 회의에서 상호 제의한 내용에 대한 반응을 타진했다. 실무회의는 경수로형과 관련한 기술적 토론으로 나눠 진행됐다.
19일 협상에서 양측은 노형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차이를 재확인했으나 협상을 계속, 주요문제에 대해 진전이나 합의를 이루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한 외교소식통은 설명했다. 특히 북한측이 합의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20일까지 계속된 것은 모종의 합의발표문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초 19일 회의에서 북한측이 기존 입장에서 전혀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경우 미국측은 회의를 계속해 나갈 의사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었다.
회의는 20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날 하오(한국시간 21일 새벽) 늦게 구체적인 전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측은 그들이 주장하는 경수로 공급협정체결시한인 21일까지나 그 직전까지는 회의를 계속하되 마지막 순간에 경수로형등 주요 문제에 대한 입장의 마지노선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21일 시한은 북한측에는 미국에 대한 위협수단인 동시에 스스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측은 이때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연변의 실험용원자로를 재가동할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수차 경고해 왔다. 만약 아무런 합의없이 이날이 지나가면 북측은 「선택」해야 할 입장에 서게 된다. 제네바합의의 파기는 지체없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미국측은 확실히, 그리고 충분히 설명해 왔고 북한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순간의 관건은 경수로의 설계에 대한 서로의 입장조절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측은 이미 경수로의 건설과 시공에 대한 부분에서 한국측의 일정한 역할을 공인하는 입장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설계는 노형에 대한 명칭부여에 결정적인 부분이다. 북측이 설계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과연 그들의 주장대로 한국형 원전에 대한 기술적 불신이라기 보다는 울진 3·4호기를 참조발전소로 하는 명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여기에는 물론 미국기업이 경수로건설을 관장하기를 바라는 목적이 있다.
양측이 노형문제에 대해 명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번 회의가 북측의 핵동결파기와 미국측의 대북제재로 곧바로 이어지는 상황으로 발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노형결정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 미국의 역할부분과 공급계약구조에 있어 상당한 의견접근이 있을 경우 노형의 결정은 불투명한 상태로 남겨두고 다음 회의에서 논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분적 합의상태로 양측이 이번 회의를 종결짓고 후속회의를 약속한다면 경수로회의가 완전 결렬되는 파국은 서로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북한이 원전재가동 위협을 철회할 수 있는 명분도 주는 셈이 될 것이다.<베를린=한기봉 특파원>베를린=한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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