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위축·미운오리 될까 우려도 세계화추진위원회가 오는 25일 김영삼대통령에게 사법개혁안 보고를 앞두고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바람에 지난해 12월 신설된 이래 사법개혁을 첫 작품으로 추진해 왔던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밖으로는 사법부 법무부 변호사회등 법조계로부터 「지나친 이상론」이라는 반발에, 청와대 안에서는 다른 수석실들로부터 제기되는 신중론에 직면, 마치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그동안 논의돼 온 사법개혁의 요체는 법조인의 대폭 증원, 로스쿨(LAW SCHOOL)제의 도입등 법학교육 정상화, 전관예우등 잘못된 사법관행의 개혁등 세가지다. 이중 법조인수의 대폭적인 증원과 전관예우등의 시정에 관해서는 세계화추진위내에서 대략적인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로스쿨제도의 도입에 대해서는 법조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는 법조계에서도 사법개혁의 필요성과 대원칙은 받아들이고 있으나 정책기획수석실에서 구상하고 있는 방안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로스쿨제도는 대륙법적 전통을 이어받은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법체계를 갖고 있는 미국에서 생겨난 독특한 제도라는 것이다. 변호사수를 크게 늘린 상태에서 우리와 맞지않는 제도를 도입할 경우 자칫 법조인의 질저하라는 또다른 폐단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책기획수석팀은 세계화를 위해서는 법조인의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법조인 교육과 선발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대학에서의 법학교육이나 사법연수원에서의 실무교육은 기본적으로 판검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21세기를 대비한 법률수요에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법조인 양성을 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책기획수석실의 이같은 개혁드라이브에 대해 청와대내에서도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면에서는 다른 견해가 있는게 사실이다. 우선 민정수석실에서는 기본적으로 법조계의 시각에 입각, 로스쿨제도의 도입에 부정적이고 정무수석실쪽에서도 다가오는 지자제선거에 미칠 악영향등을 고려,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 때문에 사법개혁안 발표에서는 김대통령의 결단이 없는한 양측 주장이 담긴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이 커 로스쿨제도등은 장기과제로 넘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정책기획수석실이 첫 과제부터 「미운 오리새끼」로 취급받게 됨에 따라 앞으로의 역할과 위상에 적지않은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신재민 기자>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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