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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대중문화 개방논의… 과거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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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대중문화 개방논의… 과거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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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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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선택적 수용” 신중한 입장/84년 일서 첫거론… 정부방침은 유보/문화·경제파급 고려 개방일정 잡힐듯 일본대중문화 수입개방문제는 일본이 80년대초부터 끈질기게 요구해온 한일간 주요 현안이다. 양국국교가 정상화한지 19년만인 84년 일본은 제1회 한일문화교류실무자회의(외교, 교육, 문화부처 실무자회의)에서 이 분야의 개방을 처음 요구했다. 그뒤 개방문제는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의 요구에 따라 한일의원연맹의 정례회의때 주요 의제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 구축을 위해 벌어진 UR협상은 일본대중문화 수입개방문제를 수면 위로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 92년 한국정부가 시청각서비스분야 협상과 관련, 「영화, 비디오, 음반의 제작·배급업시장을 개방하되 일본에 대해서는 개방하지 않는다」는 최혜국(MFN)대우 일탈신청을 관세및 무역일반협정(GATT)에 내자 일본은 「개방을 약속해도 이를 근거로 개방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정부는 이를 수용, 일탈신청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명확하고 통일적인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외무부는 개방불가피론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반면 실질적 권한을 지닌 문체부는 「시기상조론」을 앞세워 유동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부 정·관계인사들은 개방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발언을 간헐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체부는 이 문제에 대해 지난해 2월 제166회 임시국회 문공위에서 처음 태도를 밝혔다. 『전문가의 조사연구를 토대로 일본대중문화 수입개방문제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문체부의 태도표명은 그보다 한달전 『양질의 일본대중문화 수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공노명 당시 주일대사의 발언으로 비등해진 여론을 잠재우려는 「고식지계」의 성격이 짙었다.

 문체부는 일본대중문화 수입개방에 관한 두 가지 용역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유일한 국가문화정책연구기관인 한국문화정책개발원(원장 고영복)과 서울대미학과 김문환교수가 문체부의 용역으로 지난해 9월 각각 내놓은 「일본대중문화 대응방안연구」가 전부이다.

 두 보고서는 「단계적이고 선별적인 개방」이라는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으나 개방시기나 방법에 대해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교수는 전면개방시기(98년이후)를 설정하고 있고, 개발원은 개방을 가능한한 연기, 그동안 우리 문화산업의 취약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연구에서 「실험단계」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전면개방 이전에 실험단계를 두어 법적·제도적 보완을 위해 필요한 경험을 쌓고, 결과에 따라 개방시기와 폭을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험단계는 국민적 합의형성과 국내 대중문화산업의 보호 측면에서 95년 가을이후로 잡았다. 김교수는 또 4개 분야별로 3단계 개방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개발원은 4개 분야의 일본대중문화 개방순서를 만화, 가요·음반, 비디오, 영화 순으로 잡았다. 또 문화·경제적 폐해가 적은 것부터 조건을 걸어 개방해야 하며, 개방 이전에 일본대중문화의 불법적 국내 유통구조를 발본색원할 것을 강조했다. 경쟁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미 상당부분 일본만화를 베끼는 실정에서 「쿼터제(예를 들어 시장의 50%만 개방)」를 도입해 만화를 가장 먼저 개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만화 다음으로 가요를 개방하되 방송출연은 금지하고 심의기능을 강화, 선택적으로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음반은 일본자본이 기획-제작-유통-판매로 이어지는 모든 체계를 갖추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경제·문화적 파급력이 큰 영화시장은 마지막으로 개방하고 영화 자체보다 일본자본이 우리 영화계를 장악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두 보고서는 일본대중문화의 폐해로 폭력성, 선정성, 국수주의를 지적하고 선정성이 짙은 소위 「로망 포르노」, 국수주의를 강조하는 시대극등은 개방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명확한 방침을 유보하고 있으나 두 보고서를 토대로 이 문제에 관한 「마스터 플랜」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서사봉 기자>

◎일 대중문화의 국내침투 현황/TV방송 만화영화 50% 이상이 일 제작물/일 음반 대학·유흥가서 버젓이 전시·판매

 일본의 대중문화는 개방에 대한 논란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이미 우리의 생활 깊숙히 자리를 잡고 있다. 일본의 영상물, 만화, 대중음악등은 특히 청소년의 감각과 인식을 사로잡는 분야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SBS가 방영하고 있는 「우주소년 아톰」등 30년전 만화영화에서 「드래곤볼」에 이르는 최근의 작품까지 어린이용 영상물에서 일본산은 이미 한국산을 밀어내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일본 대중문화의 수입을 억제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국내 방송사에서 「공식적」으로 방영하는 만화영화 중 일본 것은 놀랍게도 50%에 이르고 있다.

 어린이들은 비디오와 TV로 「피구왕 통키」 「쥐라기 월드컵」을 접하고 같은 내용의 만화를 보며 복습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중음악은 영상물에 비해 벽이 단단하다고 여길지 모르나 실은 그렇지 않다. 방배동 압구정동등에서 일본노래를 전문으로 틀어주는 유흥업소들이 유행처럼 번졌다 사라질 정도로 일본 대중음악은 우리 젊은이 문화에 큰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 청소년의 우상이 서태지(본명 정현철)이고, 서태지가 좋아하는 일본 헤비메탈그룹 「X」의 베이스 연주자 이름이 「태지」라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수입을 막음으로써 생기는 음성적 유통이 적지않은 폐해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음반은 속칭 「캐리어」라는 전문 밀수꾼에 의해 국내에 들어온다. 음반은 알맹이만 들여오기도 하는데 서울 청계천 일대에 이를 전문적으로 포장하는 소규모 공장이 있을 정도다.

 한국 음악과 정서가 비슷하면서도 좀더 감각적인 일본 음반은 대학가와 유흥가의 레코드점에서 버젓이 전시되고 판매된다. 평균 30% 가격을 더 받고 인기곡은 웃돈 거래까지 이루어지고 있어 유통질서를 크게 혼란시키고 있다.<권오현 기자>

◎여론의 향방은…/조사기관마다 찬·반 큰차이/국민혼란 반영

 각종 여론조사결과는 국민여론의 혼란을 반영하고 있다. 89년12월 영화진흥공사가 중학생이상 1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찬성 48.4%(전면찬성 5.5%), 반대가 39.4%였다.

 92년10월 KBS가 4백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는 반대 78%, 찬성 22%였으며 94년3월 극동조사연구소의 조사(성인남녀 7백명 대상)결과도 반대 55.5%, 찬성 24.2%였다.

 그러나 94년3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회원 1천4백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찬성 63%, 반대 37%였고 이중 절대불가는 4%밖에 되지 않았다.

 문예진흥원 산하 문화발전연구소가 94년6월 실시한 조사도 찬성 49.6%, 반대 32.4%였다.

 그러나 이해 10월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서울거주 주부 1천5백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찬성은 14.6%, 반대가 60.2%였다.

 올해 2월 문체부의 용역으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도 반대 61.9%, 찬성 37.5%였다.

◎일 대중문화 개방관련 발언일지/94년1월 공로명 주일대사 “수용검토”/95년3월 김 대통령 “아직 시기가 아니다”

 ▲공로명 주일대사(94.1, 서울 기자회견)=양질의 일본대중문화에 대한 수용검토가 필요하다.

 ▲문체부(94.2, 임시국회)=전문가 조사연구를 토대로 일본대중문화 수입개방문제를 검토하겠다.

 ▲김영삼대통령(94.3, 도쿄 기자회견)=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임기내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공로명외무장관(95.2, 기자회견)=국민감정을 이유로 무작정 막을 수 없다. 이 문제를 정면에서 다뤄야 할 때이다.

 ▲김태지 주일대사(95.2, 도쿄 기자회견)=양국은 민주주의체제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는 국가이므로 일본대중문화를 계속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단계적 개방이 필요하다.

 ▲문체부(95.2, 여론조사결과 발표)=시기상조이며 이 문제는 정부시책중 하나인 「세계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홍구국무총리(95.2, 임시국무회의)=언젠가 개방돼야 한다. 그러나 단계적이어야 하며 올해가 광복50주년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김영삼대통령(95.3, 기자회견)=아직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상당한 기간을 두고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개방절차를 밟아야 한다.          

 ▲김대중아태평화재단이사장(95.4, 도쿄 기자회견)=문호를 개방해도 좋은 일본문화를 점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문화에 문을 닫는 것은 우리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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