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엔대진입 일 표정/미 달러부양 외면에 더 위기감/긴급각의 대책협의… 일부선 “경제구조개혁 절실” 엔화가 19일 도쿄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80엔을 돌파, 79엔대로 진입하면서 일본 정부와 업계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이날의 엔화 폭등은 무역마찰을 해결하기위한 미·일간 자동차협상이 끝내 결렬되고 미국이 일본에 경제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비롯됐다. 론 브라운 미상무장관이 전날 일본의 계속된 시장개방 거부로 일본에대한 제재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자 기관투자가들이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일제히 달러 투매와 엔화 매입에 나선 것이다.
도쿄주재 외환전문가들은 시장개방을 둘러싼 미·일간의 신경전이 향후 엔화폭등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일본의 자동차시장 개방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달러화 하락을 방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정부는 지난 14일 긴급 엔고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달러당 80엔이 쉽게 무너지자 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관계각료회의를 소집, 대책을 협의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는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일이 어렵게 되고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본다』고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무라야마총리는 『추가경정예산의 편성을 포함, 정부가 약속한 것은 실행에 옮길 생각』이라며 엔고대책을 담은 95년도 추경예산안을 조기 집행할 의사를 비쳤다.
정부내에서는 엔고현상의 근본적인 시정을 위해선 임시방편이 아닌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는데 일부 각료들은 『일본의 경제구조를 서둘러 개혁치 않으면 안될 것』이라며 위기감을 표시하고 있다.
○…일본은 달러화부양을 위한 국제협력도 여의치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더욱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소식통들은 『오는 2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서방 선진7개국(G7)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도 미국측이 달러화부양에 냉담한 반응을 보일 것이 분명하고 유럽국가들도 엔고문제를 「미·일 양국간의 문제」로 간주,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달러화부양 엔화 안정을 위한 대책마련을 호소하면 호소할수록 오히려 무역흑자 삭감에 대한 역공격을 받아 일본만 고립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엔화의 지나친 급등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외환거래의 거품화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대(동경대)의 이토 모토시게(이등원중)교수는 『수출입산업의 생산성지표로 볼때는 달러당 1백10엔에서 1백30엔정도가 적정수준』이라며 『엔화의 지나친 강세는 외환거래의 거품화를 말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도쿄=이재무 특파원>도쿄=이재무>
◎슈퍼엔고 국내과제/「1백엔=1천원」시대 시간문제/산업구조 고도화 마지막기회… 기업 「선택」에 달려
「1백엔=1천원」시대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9일 금융결제원이 고시한 원화의 대(대)엔화환율은 9백55원44전. 지난해말에 비해 무려 1백64원76전이나 폭등하면서 원화는 4개월반만에 17.2%라는 경이적인 절하율(엔화는 절상률)을 기록했다. 지금 속도라면 불과 45원정도 남은 「1백엔=1천원」시대의 개막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
이유는 두가지다. 원화의 대엔화 환율을 결정하는 두 변수, 즉 국제외환시장에서의 엔―달러환율과 국내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환율이 현재 「1백엔=1천원」이 쉽게 가능하도록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80엔대에서 며칠째 공방전을 펼치던 엔화의 대달러환율은 이날 결국 79엔대로 맥없이 가라앉았다. 환율전쟁의 당사자인 미일 정부 모두 적극적인 「엔고」저지의사가 없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외환전문가들은 이 점에서 달러당 70∼75엔대까지 추락도 점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원화의 대달러환율 하락(절상)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예상보다 경상수지적자가 커지고 자본유입규모는 작아지면서 현재 원화의 대달러환율은 7백65∼7백70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국제적 달러폭락과 국내외환시장에서의 달러약세 둔화가 맞물리면서 원화의 대엔화환율은 연일 가파르게 상승, 이제 「1백엔=1천원」대를 목전에 두게 된 것이다.
대엔화환율이 9백55원이건 1천원이 되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슈퍼엔고」의 심리적 충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엔고는 분명 수출경쟁력강화의 호기이나 대일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상 커다란 시련이기도 하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엔고는 우리 의사와는 무관한 주어진 조건이며 이제 어떻게 활용하느냐만 남아있다. 산업구조 고도화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며 엔고대책의 방향을 단기적 수출증대보다는 자본재국산화를 통한 대일무역역조개선쪽으로 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관건은 당사자인 기업들의 태도다. 「1백엔=1천원」시대는 수출이 잘된다고 해서 원자재 자본재를 마구 일본에서 수입할 것인가, 아니면 설비투자·증설속도를 일시 줄여서라도 기계류의 국산화개발에 나설 것인가라는 선택의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슈퍼엔고」의 성패는 기업의 손에 달려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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