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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중심가로?(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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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중심가로?(장명수 칼럼)

입력
1995.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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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17일 발표한 「국가 중심가로」와「서울 상징가로」조성계획은 말만 들어도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자동차없는 길을 걸어갈수 있다니, 공원과 광장을 산책하며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을수 있다니, 이 무슨 꿈같은 소린가. 경복궁에서 한강을 건너 예술의 전당에 이르는 삼십리길에 조성된다는「서울 상징가로」도 환상적이다. 경복궁·덕수궁·명동·남산·용산공원·한강등에 전통문화와 현대문화를 망라하는 서울팔경을 꾸미고, 팔경중 다시 삼승이절을 뽑아 야경광장·세계민속풍물단지등을 만든다니 서울이 어느날 요란하게 달라질 모양이다.

 서울은 관광자원이 빈약하고, 여유있게 걸으면서 관광할수 있는곳이 거의 없고, 사람들이 불친절하고, 교통사정이 나빠서 외국사람들에게 매력있는 도시가 되기 어렵다.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서울시민을 위해서뿐 아니라 관광객 유치에도 효과가 있을것이라는 계산을 한것 같다.

 그러나 그 환상적인 계획에는 못마땅한 부분도 있다. 우선 「국가 중심가로」니 「서울 상징가로」니 하는 명칭이 거슬린다. 「국가 중심가로」를 만든다고 국가에 중심이 생기며, 우리민족의 유구한 역사에서 조선조 궁궐 몇채를 복원한다고 민족정기가 되살아나며, 「서울 상징가로」를 만든다고 서울의 인상이 확 달라질까. 그것은 너무 시대착오적이고, 구호적인 발상이다.

 새정부 출범후 상징적인 사업, 부숴버리는 사업에 돈을 많이 쓴다는 비판도 당연히 일고 있다. 청와대 구관 철거, 효자동일대 안가 철거, 남산 외인아파트 철거에 이어 구조선총독부 건물 철거가 시작됐고, 이번 「국가 중심가로」 조성계획에는 3공때 세운 광화문을 14앞 원래위치로 옮긴다는 계획이 들어있다. 광화문을 옮기려면 물론 철거하고 다시 세워야 한다.

 서울시는 「국가 중심가로」조성예산을 1천3백50억원으로 잡고 있는데, 그 사업을 보는 시각에 따라 많은 액수인지 적은 액수인지 의견이 다를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것은 국가예산을 우선 기본적인 국민생활개선에 투자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식수, 각급학교 급식시설, 교통난 해소등 시급한 부문이 수두룩한데 상징적인 사업에 먼저 돈을 쓴다는 비판이 많다.

 이번 계획을 2005년까지 끝내겠다는 것도 위험하게 들린다. 몇십년후 광화문을 다시 옮기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신중해야 한다.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신선하지만, 졸속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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