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중 만든 「인형의 눈물」등 담아/21년만에 함께 작업… 녹음첫날 별세/음반 나온것 같이 보지못해 안타까워 가수 패티 김(56)이 지난달 17일 별세한 작곡가 길옥윤씨의 유작앨범을 발표했다. 18일 내놓은 이 음반에는 그가 암과 싸우면서 곡을 쓰고 노래말을 직접 붙인 「인형의 눈물」등 새노래 8곡과 「사월이 가면」「이별」 옛노래 2곡등 모두 10곡의 노래가 담겨 있다. 오래간만에 전남편 길옥윤씨의 노래로 팬들과 만나는 패티 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녹음할 때 심경이 각별했을 것 같은데.
『만감이 교차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해 12월부터 기획했고 2월부터 녹음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내가 심한 독감에 걸려 20여일을 연기했다. 그래서 첫녹음 날짜를 다시 잡았는데 그날이 바로 길옥윤씨가 별세한 3월17일이다. 이번 음반의 노래들이 전체적으로 슬픈 노래들인데 그분을 먼저 보내고 불러서 그런지 감정이 그대로 표현된 것 같다. 길옥윤씨와 음반이 나온 것을 함께 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몇년만에 길옥윤씨와 함께 한 작업인가.
『우리는 74년 도쿄국제가요제에서 「사랑은 영원히」를 발표하고 음악작업을 중단해 왔다. 87년 일본에서 음반을 하나 만들어 국내에도 발표하려고 했지만 사정이 생겨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국내에 길옥윤씨와 함께 앨범을 발표하는 것이 21년만의 일이다』
―음악인 길옥윤씨에 대한 평가는.
『존경할만한 분이다. 평생 길옥윤씨가 만들었던 3천여곡에 달하는 노래는 음악 하나만을 위해 산 그분의 인생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유산이다. 병이 악화해 의식이 가물가물한 상태에서도 오선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마지막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이번 앨범의 노래들은 어떤 내용인가.
『주로 죽음을 앞두고 그에 대한 절실한 감상을 이야기한 노래들이다. 노래말들도 일반 대중가요에서 다루지 않는 무겁고 깊이 있는 내용이다』
―옛노래 2곡이 들어가게 된 이유는.
『「사월이 가면」은 길옥윤씨가 만들어 내가 부른 첫노래이다. 「이별」은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그분과 내가 헤어지면서 불렀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어 그러한 의미에서 음반에 넣었다. 그분과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 이후의 화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노래 중 「그 모습」이란 곡이 고 이봉조씨를 추모하기 위한 노래라고 하던데.
『그 노래는 길옥윤씨가 1월12일 만든 마지막 노래이다. 색소폰을 불며 음악적 교감을 같이 했던 이봉조씨를 기리기 위해 만든 곡으로 악보에 「고 이봉조씨를 추모하며, 남겨진 사람들을 위하여」라고 적고 있다. 결과적으로 고인이 고인을 추모하는 것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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