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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한 비서실장(앞과뒤)

입력
1995.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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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미 언론인터뷰뒤 배석자에 메모폐기 지시/“보안에 지나친 신경” “세심한 보좌” 청와대내 양론 지난 14일 청와대에서는 가벼운 해프닝 하나가 있었다. 그날 하오 김영삼대통령이 미국의 저명 언론인 한사람과 인터뷰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다. 청와대식으로 하면 「비보도행사」로 분류되는 비공식 일정이었기 때문에 우리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이 자리에는 한승수 비서실장과 윤여준 공보수석, 외무부의 임성준 미주국장, 그리고 통역을 맡은 박진 공보비서관등이 배석했다.

 사단은 인터뷰가 끝난뒤에 벌어졌다. 한실장이 배석했던 인사들에게 김대통령의 언급중 일부분에 대해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을 꺼낸 것이다. 그리고는 임국장에게 대통령의 말을 받아적은 수첩에서 그 내용이 적힌 부분을 그 자리에서 폐기하도록 명령했다고 한다. 당황한 임국장이 수첩에서 문제의 일부분을 찢자 윤수석에게도 폐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같지만 한실장의 완벽하고 세심한 행정 스타일을 단편적으로 드러내는 에피소드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며칠이 지나 청와대비서실내에 이 일이 알려지자 자연히 여러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배석자들이 고위간부였는데 보안을 당부하면 되는 일이지 수첩을 폐기하라고 한 것은 지나치다』며 한실장의 「세심」이 과도했음을 지적하는 평이 많았다.

 문제가 된 김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정세에 관한 것이라고만 전해질뿐 정확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외국인이라지만 언론인에게 한 말이 그토록 중요한 국가기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또 설사 국가기밀이었다고 해도 일단 언론인에게 언급한 이상 이미 그 내용은 공개된 사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2월23일 전면개각때 주미대사에서 발탁된 한실장은 4개월여동안 김대통령에 대해 「그림자 보필」을 해왔다. 또 제2기 청와대비서실을 실무중심으로 꼼꼼히 챙겨오며 제1기 비서실과의 차별화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일에서 보여줬듯 다소 엄격할 정도로 나타나는 한실장의 세심행정이 김대통령의 집권후반기를 보좌할 제2기 비서실의 큰 특징인 것같다.<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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