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많은 동네에 사는 박씨는 사나운 도사견 한마리를 키우면서 대문에 「맹견주의」라는 경고문을 붙여놓았다.
어느날 외판원 김씨가 물건을 팔려고 초인종을 누르다 기척이 없자 발로 대문을 걷어찼다. 이 바람에 대문이 열리자 도사견이 줄을 끊고 달려나와 김씨를 물었다.
김씨는 박씨에게 치료비를 요구했으나 박씨는 「맹견주의」 경고문을 무시하고 대문을 걷어차 일어난 일이므로 물어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치료비는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민법(759조)은 사람이 사육하거나 관리하는 동물이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동물의 점유자 또는 보관자가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상당한 주의를 다 하지않았다」면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상당한 주의를 다 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손해배상청구를 받은 동물의 점유자나 보관자에게 있다.
이 사건에서는 도사견이 줄을 끊고 달려나왔기 때문에 경고문을 써붙인 것만으로 상당한 주의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치료비 배상책임은 도사견이라는 사나운 동물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박씨에게 있다. 하지만 집주인이 없으면 그냥 가지않고 대문을 걷어찬 피해자 김씨도 일부 책임을 지게된다.
차도로 뛰어든 개를 피하려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의 경우도 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주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얼마 전 서울고법은 비슷한 사건에서 개를 묶지않고 풀어놓은 주인의 과실책임을 30%로 인정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박정철 기자>박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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