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린스턴대 부설 동양학연구소에는 1천년 이상된 내의한벌이 소중히 보관되어 있다. 헐고 누렇게 변해있지만 옷전체가 작은 붓글씨로 덮여있어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소위 과거의라는 것인데 중국 청나라때 어느 과거응시생이 입었던 속옷으로 작폐란 설명이 붙어있다. ◆당나라때부터 시행된 과거는 3년마다 치르되 한번에 3일간이나 계속돼 응시생들에겐 큰 고역이었다. 음식도 각자 지참토록했는데 한 응시생이 만두속에 답안쪽지를 넣어갔던 것이 커닝의 효시가 됐다고 한다. 이어 쪽지를 붓통속에 말아넣거나 신발속에 깔아가는 식으로 커닝수법이 발전하다가 급기야 속옷에 빽빽하게 문장을 적어가는 것으로 변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중국에서는 「작폐」란 단어가 생겨 과거장의 커닝을 뜻하게 됐다. 그러나 지금은 작폐란 말이 당초의 커닝이란 뜻보다 나쁜일, 잘못된 행동이나 버릇이 되풀이됨을 뜻하는 것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프린스턴대의 그 연구소직원들은 방문객들에게 「과거의」의 내력을 설명해 주면서 후세의 중국인들이 「잘못이란 절대로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뜻인 「작폐의 교훈」을 현실교육에 활용하고 있음도 덧붙인다고 한다. ◆4대지방선거가 두달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전국 2만3천여 후보예정자들중에도 벌써 과열, 불법의 조짐을 보이고 있고 당국의 개발공약이나 선심행사도 나타나고 있다. 공천헌금설공방도 뜨겁다고 한다. 선거관리 당국도 방대한 지역과 후보들때문에 실효있는 단속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이번에는 불법 과열 타락이란 용어가 다시는 사용되지않도록 「작폐의 교훈」을 모두가 한번쯤 되새겨 봄직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