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확전주역이 이제와서”발끈/린턴등 일각선 “반전 옳았던것 증명”반응 월남전 당시 「매파중의 매파」로 알려졌던 로버트 맥나마라 전미국방장관(78)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이 전쟁의 부도덕성을 비난하고 나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있다. 맥나마라전장관이 30여년에 걸친 침묵끝에 펴낸 저서는 4백14쪽으로 된 「회고―월남의 비극과 교훈」. 지난 63∼69년 린든 존슨전대통령정부시절 국방장관으로서 확전을 강력히 주장했던 맥나마라는 이 회고록에서 월남전의 주역이었던 자신의 지난날을 참회했다.
그는 월남의 패망은 아시아의 공산화를 가져온다는 이른바 「도미노이론」이 허구임이 증명됐다고 주장하고 이같은 오류에 입각한 월남전 개입은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을 안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맥나마라는 또 존 F 케네디전대통령이 63년 11월 피살당하지 않았다면 철군을 단행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존슨은 64년 대통령선거에서 공산주의 세력의 확대에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인상을 주지않으려고 한층 깊숙이 월남전에 말려들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미국의 월남전 패인요인으로 11가지를 꼽았다. 이 가운데는 ▲월맹 지도부및 그들의 민족주의에 대한 과소평가 ▲첨단무기에 대한 과신 ▲의회와 미국민 설득실패 ▲중구난방이었던 전쟁수행조직등이 들어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패인은 부패하고 무능한 월남정부라고 그는 규정했다.
맥나마라는 회고록을 펴낸 동기가 변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극적인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방영된 ABC TV와의 회견중 눈물을 글썽이며 월남전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맥나마라의 회고록은 아물어가던 월남전의 상처를 다시 건드려놓은 꼴이 됐다. 일과성이긴 하나 참전론자와 반전론자들간의 뜨거운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맥나마라의 뒤늦은 참회와 변명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있다. 한 참전용사는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맥나마라는 국방장관을 지낸뒤 세계은행 총재로 갔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무덤으로 갔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해군조종사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포로가 돼 하노이 수용소에서 7년을 지낸 존 매케인 애리조나주 출신 상원의원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전쟁을 치르지 않았더라면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다』면서 『30여년이 흐른 지금은 그 사람들을 살리기에 너무 늦었다』고 맥나마라의 「때늦은 후회」를 비난했다.
과거 동료들까지도 그에 대한 비난에 가세했다. 윌리엄 웨스트모어랜드 전주월미군사령관은 『당시에는 (맥나마라가) 그런 얘기를 한 적도, 시사한 적도 없다』며 『월남의 홀로서기를 돕기 위해 모든 희생을 각오하고 참전하기로 해놓고, 이제와서 그같은 행동을 폄하할 수는 없다』며 가시돋친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등 주요언론들도 비판적인 입장에 서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뒤늦게나마 과오를 솔직히 시인한 맥나마라의 용기를 치하한다. 케네디와 존슨행정부때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맥조지 번디는 『(맥나마라의 회고록은) 훌륭하고 소중한 책』이라며 『그가 이제서야 그런 책을 쓰게된 배경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편 월남전 기피사실로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는 빌 클린턴대통령은 맥나마라의 회고록이 그를 포함한 반전론자들의 당시 주장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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