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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무용가 최승희 「대본집」발견/중·러시아서 58년 발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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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무용가 최승희 「대본집」발견/중·러시아서 58년 발행본

입력
1995.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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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 월성곡」등 4편/완성도 높은 작품세계 보여월북무용가 최승희(1911∼?)가 월북 후 직접 지은 「무용극대본집」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발견됐다. 조선예술출판사에서 58년 발행한 이 무용극대본집에는 「반야 월성곡」(3막4장) 「사도성의 이야기」(5막6장) 「맑은 하늘 아래」(4막9장) 「운림과 옥란」(4막8장)등 장막무용극 4개의 대본과 공연사진 32장이 실려 있다.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은 최승희의 월북 이후의 무용세계를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이 대본집은 지난해말 중국을 여행했던 문학평론가 홍정선(인하대교수)씨가 연길의 연변조선족자치주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을 발견, 복사해 온 것이다. 이보다 앞서 정병호(세종대 명예교수)씨는 러시아 모스크바 레닌도서관에서 사본을 구했었다. 대본집의 크기는 문고판보다 약간 크며 사진상태는 썩 좋지는 않지만 회화적인 무대그림과 20여명의 출연진, 화려한 성주의 복식등을 보여주고 있다.

 위 작품은 49년 54년 56년에 최승희 안무로 평양의 최승희무용연구소 단원에 의해 공연되었으며 「운림과 옥란」은 64년 최승희의 딸 안성희의 안무로 공연됐다. 대본집의 발행연도와 공연연도는 정병호씨가 조일(아사히)신문과 북한에서 발행된 「조선중앙연감」 「조선예술」등에서 확인한 것이다.

 무용극의 내용은 주로 과거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여 성주와 기층민의 대립, 사랑을 담고 있다. 투쟁과 사랑이 어우러져 흥미를 더해주며 극적 구성의 완성도도 높다. 대본의 지문에는 성주에 학대받는 노예의 고통에 대한 서술(「반야 월성곡」), 「비록 어민출신이나 신라의 당당한 무사로 금희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인가?」(「사도성의 이야기」)등의 내용이 드러나 있다. 당시 사회를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은 「맑은 하늘 아래」뿐이다.

 무용극의 내용은 남편 안막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다채로운 무용이 구사되었음을 내용과 사진에서 알 수 있다. 「반야 월성곡」에서 의군남녀가 무예실력을 겨루는 독무와 이인무, 의군들의 군무등이 어우러지며 「맑은 하늘 아래」 1막에서는 결혼을 축하하는 뜻에서 석류를 들고 추는 춤등 다양한 춤이 포함되어 있다.

 작품의 제목에는 모두 「민족무용극」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데 이는 최승희가 40년대 들어 줄곧 구상해 왔고 46년 귀국후 인천부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밝힌바 있는 「코리안 발레」의 형태라 볼 수 있다.

 특히 「사도성의 이야기」는 56년 북한 최초의 컬러영화로 제작(감독 정준채)되었다. 이 필름은 현재 모스크바의 영화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며 그의 무용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자료로 주목할 만하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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