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800여명중 단2명 고유 라마어 할줄안다”/200년전부터 선교사에 영어배워 상용/“고유어 살리자” 뒤늦게 복원 안간힘 영구 소멸이냐, 극적 회생이냐.
니카라과의 선주 인디오들 가운데 하나인 라마족이 사용하는 고유어의 운명에 언어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라마족은 니카라과 남동부 대서양 해안에 위치한 라마섬에 살고 있는 소수 인디오부족.
전체 숫자가 8백여명에 불과한 라마인디오들은 대부분 영세어업에 종사하며 비참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생활상보다 더욱 비참한 운명을 맞고 있는 것은 고유어인 라마어라 할 수 있다. 부족중에서 라마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들마저 고령인데다 고유어 구사능력이 신통치 않다. 라마어가 이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주민들 모두가 영어를 상용해 온 탓이다.
약2백년전 자메이카와 무역을 하기위해 이곳에 첫발을 내디딘 영국인들은 라마족을 순치시키기 위해 교회를 설립했다. 선교사들은 온갖 진귀한 물건을 이들에게 선물하며 영어로 전도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라마 인디오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버리고 영어를 상용, 오늘날과 같은 모국어 실종위기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한 언어가 사라지면 그 민족의 고유문화는 물론 세상을 보는 그들만의 독특한 관점 또한 소멸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라마족 지도층들이 지난해부터 고유어 복원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루피노 오미에르 다니엘 추장등이 중심이 돼 미국 오리건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오리건대의 언어학자인 콜레트 오르티즈박사는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라마어를 알고 있는 노라 리그비(70·여)와 왈터 오르티즈(68)를 초청, 라마어 문법을 처음으로 정립했다. 라마족 지도층들은 지난 3월초부터 국민학교과정에 라마어를 채택하게 하는가 하면 오르티즈박사가 제작해준 포스터 달력등을 각 가정에 보급했다. 리그비와 오르티즈등 두 노인은 비록 서투르긴 하지만 열의를 갖고 라마어교사 노릇을 하고 있다.
라마어 정규수업이 시작된 것은 불과 한달전이지만 고유 언어를 배우자는 움직임은 지난해 9월부터 있었기 때문에 현재 어린이들과 몇몇 젊은이들은 몇마디 라마어를 말할 수 있게 됐다.
지도층의 각성으로 라마어 복원작업이 현재는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으나 그 장래가 썩 희망적이지 않은 것은 「배우기 어렵다」는 사실 외에 상당수 주민들의 회의적인 시각도 큰 몫을 차지한다. 『지금까지 영어로 불편없이 살아왔는데 구태여 시간과 노력을 허비해가며 라마어를 배울 필요가 있느냐』고 불만스러워 하는 주민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라마어의 생존여부는 이 부족들이 뿌리의식을 얼마나 소중하게 가꾸어 가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상파울루=김인규 특파원>상파울루=김인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