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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의 역기능·순기능/이성철 경제1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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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의 역기능·순기능/이성철 경제1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5.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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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러지는 기업이 너무 많다. 올들어 3개월간 서울에선 하루 평균 7·4개의 업체가 부도를 냈다. 전국적으로도 각광받던 신흥재벌, 알토란같던 중견업체, 한우물만 파던 외길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전례없는 부도사태다. 새로 생겨나는 기업은 더 많다. 같은 기간동안 서울에선 하루 평균 33.4개의 회사가 설립됐다. 부도업체수의 무려 4배를 웃도는 규모다. 사상 유례없는 창업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부도로 따지자면 지금의 경기는 확실히 최악이지만 창업으로 보면 호경기도 이런 호경기는 없다. 극대칭적 상황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다보니 이 연쇄부도와 연쇄창업을 보는 시각과 진단도 엇갈리고 있다.

 우선 한쪽에선 무수한 기업이 소멸하고 기업주가 목숨까지 버리는 판에 지표상 호황인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이대로 가면 중소기업은 모두 사라지고 결국 재벌과 금융만 비대해지는 뒤뚱대는 「가분수 경제」가 될게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부도 순기능론」을 펴고 있다. 부도로 인한 실업과 생산공백은 신설기업으로 흡수돼 국민경제 전체로는 별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나아가 요즘같은 과열경기하에선 부도는 그 「열기」도 빼주고 산업신진대사도 촉진시켜주는 순기능이 있음을 조심스레 말하고 있다.

 지금 나라경제 전체가 심한 부도후유증을 앓고 있다. 2월말 덕산그룹도산이후 정부는 사태수습을 위해 막대한 돈과 시간을 소진했지만 자금시장경색과 지역경제마비속에 중소기업 연쇄부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덕산파문은 이제 은행창구속으로까지 번지면서 전 금융권을 아연 긴장시키고 있다.

 부도가 역기능이든, 순기능이든 특정기업부도의 결과를 국민 전체가 떠안을 이유는 없다. 오직 해당기업만이 짊어져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바로 이런 경제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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