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사회와의 상호작용 산물”/사회사 관점의 최초 유럽예술통사/작품 자체분석의 한계 명쾌히 지적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창작과비평사간)는 유럽의 예술을 사회사적 관점에서 서술한 최초의 예술통사서이다. 구석기시대 동굴벽화부터 20세기 영화에 이르기까지 인류문화가 탄생시킨 각종 예술장르를 「예술은 사회와의 상호작용에 의한 산물」이라는 시각으로 고찰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화가는 누구일까? 그는 전문화가가 아닌 사냥꾼이었다. …농경의 도입으로 자연에 대한 승리의 행진을 시작한 신석기시대인들은 초월적 존재에 대한 관념을 지니게 되면서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이분론적 세계관을 갖게 된다. 이제 예술도 단순한 자연의 모방을 넘어 비로소 추상화·양식화의 경향을 띠게 된다…』
하우저는 평이하면서도 통찰력이 돋보이는 문장으로 1천여쪽이 넘는 방대한 저서에서 「생산성과 생산관계」, 「기술과 새로운 예술매체」, 「예술생산자의 사회적 위치와 기능」등 오늘날 예술사회학에도 중요한 연구테마로 남아 있는 문제들을 다루었다.
그의 예술사관은 사회경제적 요인을 중시하고 변증법적 방법론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역사유물론적이면서 동시에 변증법적이다. 그의 미학의 뿌리는 마르크스이다. 그러나 미적 범주나 가치를 완전히 사회적 범주나 가치로 환원할 수 있다는 지적 오만에 흐르지 않고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유연한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함으로써 정통마르크스주의자들이 빠지기 쉬운 도식론이나 교조주의적 시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시각은 예술이 자체의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으로 형식이나 구조 측면에서만 작품을 분석하는 이른바 「작품내재적 방법론」이 지배적이었던 50년대 초반의 서구 예술사회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국내 지식인들에게도 대단한 영향을 미쳤다. 60년대이후 80년대까지도 대학가에선 이 책의 표지정도 들춰보지 않으면 「딜레탕트」대열에 낄 수 없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씨는 한 잡지에서 이 책에 대해 『나의 미술사학의 길을 밝혀준 등불』이라고 썼다. 그는 『스무살에 만난 하우저는 내 인생을 미술사학에 붙잡아 놓았고 인생의 목표를 그러한 시각에서 한국미술사를 써보는 일로 삼게 했다. 이런 것을 일러 옛 사람들은 사숙이라고 했나 보다』라고 회고했다.
1951년 처음 영어판이 나오고 53년 독일어판이 나왔으며 국내에는 74년 5월 현대편이 소개된 이후 81년 근세 상·하편이 나오면서 전 4권이 완간됐다.
◎하우저 누구인가/헝가리 출신 예술사분야 20세기 대표지성
▲아놀드 하우저(ARNOLD HAUSER·1892∼1978): 루카치, 만하임과 함께 20세기 헝가리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예술사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학자. 1892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데메스바라는 소도시의 유대인가정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대학에서 문학·미술사를 전공했고 미술사가 마르크스 드보르자크, 사회학자 게오르크 짐멜등으로부터 배웠다.
그는 1915∼1917년 부다페스트에서 활동했던 젊은 지식인클럽 「일요서클」에서 루카치와 만하임을 만나면서 학문의 새로운 눈을 뜬다. 1차세계대전후 중부유럽을 휩쓸었던 혁명의 소용돌이속에서 루카치와 함께 헝가리정치에 관여했지만 1919년 혁명정부가 무너지자 50여년의 긴 망명길에 오른다. 이탈리아―독일―오스트리아―영국으로 유랑하며 생존문제로 고통받으면서 그는 47∼57세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썼다. 다른 저작으로는 「예술사의 철학」 「매너리즘연구」 「예술사회학」등이 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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