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비보유국 갈등 “뚜렷”/극단대립땐 표결유보 가능성 향후 국제 핵질서를 논의하기 위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연장 및 검토회의」가 17일부터 유엔본부에서 개막된다. 지난 70년부터 시한부로 발효된 NPT가 만료됨에 따라 조약 연장문제를 집중 논의하게 될 이번 회의는 탈냉전시대의 국제 역학구도에 심대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회의장인 유엔본부는 벌써부터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혹은 서방선진국과 비동맹 개도국 사이의 첨예한 신경전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회의는 과연 인류를 핵무기의 위험으로부터 방호하는 새로운 질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회의의 의제 및 쟁점, 회원국들의 입장과 회의전망을 종합분석 한다.<편집자주>편집자주>
○의제 및 쟁점
회의의 공식명칭에서 볼 수 있듯 이번 회의의 핵심의제는 지난 25년간의 조약 이행상황을 총점검하고 이에 따라 조약을 어떻게 연장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번 회의가 NPT체제 자체의 효용성을 따지기 위한 것은 아니다. NPT 연장 원칙에 관한한 회원국들의 컨센서스는 이미 이뤄진 상황이다. 문제의 뿌리는 현재의 NPT가 미·러·중·영·불등 5개국만 핵무기를 보유했던 지난 60년대말 시대상황을 반영한 「불평등 조약」이라는데 있다.
따라서 이들 5개국의 핵보유만을 인정하고 다른 나라들의 핵무기 보유 및 개발은 봉쇄하고 있는 현 NPT체제의 모순과 불합리성이 쟁점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대한 핵보유국과 비보유국간의 갈등과 대립은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다.
○핵보유국 입장
비동맹그룹을 중심으로 한 이들국가는 NPT의 무기한 연장이 기존 핵보유 5개국과 비핵국의 차별성을 영구화시키는 것이므로 한시적 조약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핵강국들이 이제까지 조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정기간 연장한 뒤 조약이행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NPT를 한시적으로 연장함으로써 핵강대국들이 핵군축등 의무조항을 보다 성실히 이행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하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특히 비동맹 그룹은 구체적인 요구조건으로 ▲핵무기의 완전철폐를 위한 일정합의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의 비핵지대 합의 준수 ▲포괄적 핵무기실험금지조약(CTBT)체결 ▲NPT의 비핵국에 대한 핵 불사용보장 협약체결 ▲핵물질 생산 및 비축금지조약체결 ▲비핵개도국에 대한 핵기술제공 보장등 6개사항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핵보유국 입장
미국을 위시한 서방진영은 NPT의 항구적 연장만이 세계안보를 확고히 보장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핵군축이 이뤄지기 위해선 NPT의 앞날이 확고하게 안정돼야 하며 이를 위해 무기한 연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NPT의 불평등 지적에 대해서도 미국등은 만약 세계가 핵평등을 주장한다면 그 결과로 핵감축이 아니라 핵양산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서명국의 합의와 국제감시체제를 통해 인접국이나 지역내 경쟁국가가 핵개발 야심을 포기하게 함으로써 「편안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보여준 미국의 「이중 기준」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NPT를 위반한 북한에 대해 원전 건설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 이에 대해 미국은 『국제평화의 더 큰 목적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대응논리를 펴고 있지만 무척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반대로 이란의 경우는 조약의무를 이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전건설계획을 포기하도록 미국이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회의절차 및 전망
표결없이 만장일치 합의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지만 표결과정을 거치는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영구연장에 동의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나라는 미국과 동구를 포함한 유럽·중남미등 79개국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비해 17개국이 무기한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나머지 중도입장을 취하는 국가중 지지쪽에 가까운 국가는 26개국이며 나머지 53개국은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조약연장은 회원국 과반수(88개국)의 동의로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쟁점들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술적 다수결로 조약이 연장되는 것은 사실상 NPT체제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당수 국가들이 다수의 합의를 인정하지 않은채 NPT체제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온다면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표결방식에 따라서는 특정 안이 더 유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는게 현재 회원국간의 역학구조이다. 회원국들은 지난 14∼15일 이틀동안 회의진행 및 의결절차등을 논의, 조약연장을 위한 각 제안들을 한꺼번에 표결에 부쳐 이중 지지하는 안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원만한 합의도출에 실패할 경우 극단적 대립을 막기 위해 표대결을 미루고 현행체제를 그대로 끌고나가면서 적당한 시기에 회의를 속개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입장
한국정부는 이미 조약의 영구연장에 동의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핵보유국들이 핵군축에 보다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핵의 평화적 개발 이용을 위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개진하고 있다.
특히 북한문제와 관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강화 필요성과 핵의 평화적 이용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적 여론을 다시한번 환기시킨다는 생각이다. 한국정부는 오는 19일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NPT 관련 일지
▲70·3=「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발효.
▲72·5=미소,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I) 체결.
▲74·7=미소, 지하핵실험제한협정 체결.
▲75·5=제네바서 제1차 NPT이행 중간점검회의.
▲77·9=핵물질 기자재 및 기술의 이전에 관한 규정 마련.
▲78·5∼6=핵보유국, 핵비보유국에 대한 핵불사용 안전보장 선언.
▲79·6=미소, SALT Ⅱ 체결.
▲80·8=제네바서 제2차 NPT이행 중간점검회의.
▲82·6∼7=유엔총회 군축특별회의 개최. 불소중 핵안전보 장 특별선언.
▲85·8=남태평양 비핵지대화 협정 서명.
▲85·8∼9=제네바서 제3차 NPT이행 중간점검회의.
▲85·12=북한, NPT 가입.
▲87·11=유엔총회, 핵실험 자료 매년 보고 의무화 결의안채택.
▲87·12=미소,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협정(INF) 체결.
▲90·8∼9=제네바서 제4차 NPT이행 중간점검회의.
▲91·4=북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전조치협정 비준.
▲91·7=남아공, 핵무기개발계획 포기. NPT가입.
▲91·7=미소, 전략무기 감축 협정(START Ⅰ) 체결.
▲92·3=중국, NPT가입.
▲92·8=프랑스, NPT가입.
▲93·1=미 러, START Ⅱ 체결. 핵무기 추가감축키로 합의.
▲93·3=북한, NPT탈퇴 선언.
▲93·6=북한, NPT탈퇴유보 선언.
▲93·8=전면 핵실험금지 조약(CTBT)체결을 위한 임시특별위원 회 설치.
▲94·12=우크라이나, NPT가입.
▲95·1·23∼27=NPT연장회의를 위한 제4차 준비회의 뉴욕서 개최.
▲95·4·17∼5·12=NPT이행 점검 및 연장회의 뉴욕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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