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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복지수도」 인가/홍선근 경제2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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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복지수도」 인가/홍선근 경제2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5.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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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수도」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하고 있다. 땅에 푹 엎드려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고 있다는 의미이다. 세고 있는 숫자는 다름 아닌 대통령 임기가 끝날때 까지 며칠이나 남았느냐는 것이다. 이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행했던 「복지부동」이 이 말의 원조다. 공직사회에 사정바람이 한창 몰아치자 일상적인 업무조차도 중단될 정도로 몸을 사리며 보신하는 세태를 지적, 특정시기의 사회특징을 잘 표현한 이 말이 곧이어 「복지안동」을 낳더니 이제는 복지수도로 변했다. 복지안동은 땅에 엎드려 눈알만 굴리고 있다는 뜻이다. 복지수도라는 말의 출현은 종전의 말들에 비해서 국면이 상당히 심각하게 변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땅에 엎드린 사람들이 그저 아무 생각없이 꼼짝하지 않고 있거나 상하좌우로 눈알을 굴리며 눈치를 보는 정도가 아니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희망」을 품고 벌써부터 지금의 상황이 끝날 날을 손꼽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 각 부문간의 조화가 형식적이거나 강압적일 때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갖는 치명적 약점일 수 있다. 더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재계와 정치권에도 복지수도현상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이런 현상이 특히 심하다. 외국인들로부터 『한국에는 황제가 여럿』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막강한 금력을 바탕으로 인재와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재벌은 어느 누구보다도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를 잘 알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베이징(북경)발언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최근 자동차진출등 갖가지 성과를 챙긴 삼성으로선 이제 후일을 위해 현 정부와 거리감을 확인해둘 시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도의 손꼽아 숫자세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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