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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종합대학나와야 출세한다”(북한의 경제와 대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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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종합대학나와야 출세한다”(북한의 경제와 대학:3)

입력
1995.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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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별 1∼5등만 추천받아/도농·남녀성비 조정 선발/친가·외가의 성분이 좌우/당정 고위간부 70% 차지 “권력의 산실”/북 전역엔 2년제 포함 230개대학 소재 북한에서 출세하려면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와야 한다. 김정일은 당·정의 인사권을 완전 장악한 80년대초부터 간부급을 주로 김일성대학 출신자 가운데서 발탁하고 있다.

 김정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출신교인 김일성대학 졸업자를 특별 우대하라는 인사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 지침에 따라 중앙은 물론 지방 조직에서 초급 간부를 임명할 때도 이 대학 출신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현재 북한의 당·정 차관급 이상 고위간부의 70%이상이 김일성대학 출신인 것만 봐도 이 대학이 북한권력의 산실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입신출세의 최고 지름길인 김일성대학에 입학하려고 많은 북한의 젊은이들이 온갖 노력을 다 하지만 입학은 쉽지 않다.

 북한 교육위원회는 매년 입학정원을 결정해 북한 전역의 고등중학교에 일정수의 추천 할당을 준다. 일반적으로는 성적이 가장 우수하고 품행이 단정한 학생들이 학교의 추천대상이다.

 각 학교별로 매년 5∼7회씩 시험을 치러 1∼5등은 김일성대학, 6∼10등은 김책공과대학 하는 형식으로 학생들을 추천한다. 시험과목은 수학 물리 화학 외국어 혁명역사 국어등 6개과목이다.

 교육위원회는 도농간 학력격차를 감안, 평양등 대도시는 기준점수를 높이고 중소도시등 농촌지역은 낮춰 전국에서 골고루 학생들을 선발한다. 또 남학생의 합격기준은 낮추고 여학생은 높여 성비도 조정하고 있다.

 지역별로 1차선발된 학생들은 해당 대학의 희망 학부에 지망서를 제출한 뒤 6개과목의 시험을 또 치르게 된다. 김일성대학은 매년 7월말부터 8월초 5배수 정도인 1차선발 학생을 대상으로 입학시험을 치러 1천2백∼1천3백명정도를 뽑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선발기준은 가정과 본인의 성분이다. 교육위원회는 응시자들의 출신성분을 철저히 검증한 후 사상적으로 문제가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최종적인 입학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일반 주민의 자제가 입학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김일성대학 재학생 1만2천명 가운데 중앙과 지방당·정, 군 중견간부 이상 특권층 자제가 50%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가는 육촌까지, 외가는 사촌까지 사상적으로 완벽해야만 입학이 허용된다. 친척중 종파분자, 반동단체 가입자, 전과자가 있을 경우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입학할 수 없다. 항일투사나 대남공작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등 이른바 「혁명가 유자녀」들은 무조건 원하는 대학에 입학이 가능하다. 당 중앙위원회는 이들의 생활을 돌보는 「간부11과」란 부서까지 두고 있다. 당·정의 장관급 이상 고위층 자제들도 형식적으로 시험을 치르긴 하나 1백% 입학이 보장된다.

 46년 10월 개교한 김일성대학은 현재 ▲역사 ▲법률 ▲경제 ▲조선어문학 ▲철학 ▲외국어문학 ▲수학 및 역학 ▲물리 ▲화학 ▲생물학 ▲지리 ▲지질 ▲자동화 ▲원자력등 14개 전공학부로 구성돼 있다.

 김일성대학의 교직원은 총 2천3백명이며 이중 교육과 연구사업 담당 교수 및 연구사가 1천2백여명이다. 교수의 직위는 조교원 교원 상급교원(조교수) 2급교원(부교수) 1급교원(정교수)으로 구별된다.

 조교원이 교원으로 진급하려면 연구실적 평가를 거쳐 국가고시를 봐야 하는데 보통 5년정도가 소요된다. 마찬가지로 교원이 상급교원에 진급하는데도 연구실적과 집필활동 심사를 받아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하는데 5년에서 8년이 걸리는게 보통이다.

 교원들의 학위는 논문의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학위에는 원사 박사 준박사 후보준박사등 4가지가 있다. 준박사는 남한의 석사와 박사학위의 중간정도로 볼 수 있다. 후보준박사는 남한의 석사학위에 해당한다.

 연구사는 연구조수 연구사 상급연구사 2급연구사 1급연구사등으로 구별된다. 교수는 강좌를 담당하며 연구사는 교내의 각종 연구소에서 연구사업을 수행한다.

 박사원을 졸업할 때 20∼30명으로 구성된 학위논문공개심사위원회에서 논문을 공개발표, 심사위원들이 5점만점을 기준으로 비공개 투표형식으로 점수를 주는데 최소한 4점이상을 받아야 논문이 통과된다.

 원사는 해당 분야 최고권위자에게 수여하는 학위로 보통 50∼60대의 원로급에게 수여된다. 중앙인민위원회 학위학직수여위원회가 연구사·교수중에서 학문적 업적이 탁월한 사람에게 원사칭호를 수여한다.

 김일성대학에 특권층 자제들이 많아 내 친구들중에는 내로라하는 권력자들의 자제가 많았다.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은 김일성대학 선배이다. 김일성은 생전에 「정일이는 당을, 평일이는 군을, 영일이는 정부를 맡으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이 때문인지 평일이는 대학 졸업후 김일성군사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재학시절 평일이와 친하게 지낸 친구와 스승들은 대부분 숙청됐다. 김일성대학 교수를 하던 정율은 기계대로 쫓겨났고 남산학교 동창들도 같이 찍은 사진까지 빼앗기는등 탄압을 받았다.

 영일이의 스승과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영일이의 남산학교시절 담임선생은 시설사업소로 쫓겨났다가 이의를 제기했으나 주거를 평양 천리마거리에서 함흥으로 옮겨야 했다. 김일성대학 경제학부 재학시절에 복도에서 영일이를 만난적이 있었지만 반가워하는 그를 따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와 친분을 맺었다가는 내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김정일의 지시에 의한 것이다. 김정일은 평일·영일이와 여동생 경희를 학교동료와 주변 사람들에게서 철저히 격리시켰다. 김일성도 『남산학교에서 영일이를 지도했던 선생들이 한명도 남아있지 않다는데?』하고 측근에게 말한 일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너희들이 참고 맏형을 도와주라』고 말할만큼 항상 김정일을 두둔했다고 전해졌다.

 북한 대학들은 대부분 야간 및 통신교육과정을 설치하고 있으나 김일성대학은 정규과정만을 두고 있다.

 매년 9월 신학기가 시작되며 교육 연한은 예비과정을 포함, 사회과학부문이 5년6개월제, 자연과학부문이 6년6개월제이다.

 북한 학생들이 김일성대학 다음으로 선호하는 김책공대도 교육연한이 똑같으며 나머지 대학들은 다소 짧은 편이다. 사범대의 경우 사회과학이 4년6개월, 자연과학이 5년6개월로 1년이 짧다.

 북한에는 현재 2백30개의 대학이 있다. 여기에는 전자자동화단과대학 인쇄단과대학등 4년제 단과대학과 2년제 전문학교가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가 그러하듯이 북한의 대학들도 기초학문이 발달돼 있다. 이는 응용학문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학부·물리학부등의 연구사들은 실험설비를 자신이 직접 마련해야 하나 공장등에 뇌물을 주고 졸라도 원하는 설비를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러니 책상머리에 앉아서 머리만 굴리려할 뿐 생산과 연결된 창조적인 연구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과학연구분야는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의 질적향샹을 이루어야하는데도 생산분야와 밀접한 연관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북한 산학협동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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