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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삼성회장 북경발언 파문/정부·재계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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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삼성회장 북경발언 파문/정부·재계 반응

입력
1995.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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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배경·향후 사태추이 신경곤두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베이징(북경)에서 가진 한국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정치와 관료행정수준을 강도높게 비판한데 대해 재계는 이회장 발언의 진의를 나름대로 짚어보는 한편 정부와 재계와의 관계가 다시 냉각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청와대와 경제부처에서는 당장은 큰 반응을 나타내고 있지 않지만 「불쾌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이회장의 발언내용에 대해 「악의적인 발언」이 아니라며 극구 해명하고 나섰다.

◎청와대/“얘기한 이유 모르겠다” 불쾌한표정/삼성에 대한 특별조치는 안 취할듯

 청와대는 이회장의 정부비판 발언에 대해 『현재로는 정확한 진의를 알지 못해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며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관계자들은 『이회장의 발언내용중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며 불쾌한 모습이었으나 『전체적으로는 별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같지 않다』고 말해 삼성에 대한 특별한 「조치」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승수 비서실장은 13일 하오 황병태 주중대사로부터 이회장의 베이징주재 한국특파원과 간담회내용을 전해듣고 바로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이회장의 발언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측도 이회장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파문을 일으키자 즉시 청와대에 이회장 발언의 진의에 대해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측은 이회장 발언내용이 불쾌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대응은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최종현 전경련회장이 정부의 재벌정책을 비판하고 나섰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선 발언의 진의를 확실하게 알아보아야겠다』고 전제, 『업계에서도 좋은 얘기를 하면 귀를 기울여야겠지만 이회장이 지금 그같은 얘기를 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이회장이 항간에 나도는 정부와 삼성의 밀월설에 대해 해명하다보니 말이 좀 튄 것같다』면서 이회장의 발언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청와대관계자들 사이에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등 비판적 반응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당장은 삼성에 대한 가시적 조치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이회장의 발언으로 인한 앙금은 상당기간 남을 것으로 보인다.<신재민 기자>

◎경제부처·재계/“개인 사석발언불과 뉴스거리못돼”/정부-재계관계 다시 냉각 우려도

 경제부처에서는 이회장의 베이징발언과 관련,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이날 『개인이 사석에서 한 말이므로 불쾌하지만 어쩔 수 없다. 최종현전경련회장의 경우는 공인이 공식석상에서 격렬한 단어를 사용했지만 이회장의 경우는 다르지 않는가』라며 『민주화 세계화를 외치고 있는 마당에 개별기업 회장이 사석에서 한 발언을 뉴스거리로 삼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벌이 현 정부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거나 비우호적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는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마찬가지 현상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벌들이 공장 인허가절차등 행정규제완화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은행여신과 차관도입, 기업공개등에 대한 규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 정도는 최소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정서로 본다』고 말했다.

 전경련관계자는 『경제인이라면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이회장이 허심탄회하게 나타낸 것 같다』며 『하등 문제될 것이 없는데 언론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최종현전경련회장의 기자회견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같은 일이 발생, 정부와 재계와의 관계가 다시 냉랭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모종의 효과를 노린 「작전」이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의 승용차 진출을 계기로 일기 시작한 삼성―정부의 밀월설에 대한 정부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이회장이 의도적으로 이런 발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이상호 기자>

◎삼성측 해명/「오프 더 레코드」 내용공개 당혹감/“악의적 발언아니다” 진화작업 부심

 삼성그룹은 「오프 더 레코드」(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를 전제로 한 발언내용이 공개된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발언내용중 대정부발언이 다소 과장되게 알려졌다며 진화작업에 부심.

 그룹관계자는 『이회장이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판한 것은 전혀 없으며 기업이 당면한 어려운 현실을 부각시키다 보니 오해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회장이 정부행정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며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에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반항」이 아님을 극구 강조했다.

  회장비서실은 이회장의 베이징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자 청와대에 이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오해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해명했다.

 이의일 홍보담당상무는 『이번 사안을 놓고 그룹차원의 비상대책회의를 가진 일은 없다』며 『다만 비서실관계자들이 오프 더 레코드가 깨진데 따른 언론대책에 대해 논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14일 하오 언론사에 배포한 자료에서 『이회장이 21세기 초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설명했으며 이회장의 발언은 지금 현재의 우리 정부가 3류라는 뜻은 절대로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이회장이 빠른 시일내에 규제완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초일류국가 건설이 그만큼 지연된다는 생각에서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다보니 인허가규제에 대해 이야기했을뿐 불만을 표출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다.

 삼성은 이밖에 승용차사업허가에 대한 이회장의 발언은 『승용차사업허가가 삼성에 대한 특혜라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현정부에 대해서도 큰 부담이고 삼성으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으며 이같은 시각을 교정시키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밝혔다.<이백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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