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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딸(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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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딸(장명수칼럼)

입력
1995.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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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딸을 외국에 보내고 그리워 하던 부모가 자녀의 귀국 소식을 들었다면 얼마나 기쁠까. 자녀가 결혼하여 손자손녀라도 둔 경우에는 그들의 귀국이 더 기다려질 것이다. 부모는 가슴 설레며 공항으로 달려가게 된다. 그러나 공항에 나온 부모들중 어느 한쪽은 섭섭하게 돌아설 각오를 해야 한다. 잠시 반갑게 만난 아들·딸과 그 가족은 곧 어느 한쪽 부모를 따라가야 한다. 자기집으로 가느냐 처가로 가느냐, 친정으로 가느냐 시댁으로 가느냐를 정하게 된다. 최근 미국에서 다니러 온 딸의 가족을 맞으러 공항에 나갔던 한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딸은 물론 시댁으로 갔어요. 사위와 손자와 딸이 손을 흔들며 시댁 식구들의 차를 타고 사라졌을 때 나는 예상했던 일인데도 눈물이 날만큼 섭섭했어요. 남편은 더 섭섭한 것 같았어요. 우리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딸이 이제는 다른집의 며느리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지요』

 그러나 아들의 어머니도 섭섭한 얘기가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어머니는 이렇게 털어 놓았다.

 『귀국한 첫날만 시댁에서 자면 뭘 합니까. 우리 아들 며느리는 서울에서 한달 머무는 동안 우리집에서 겨우 닷새를 잤답니다. 내가 며느리 편하게 해주느라고 너희들 편한 곳에서 자라고 했더니 계속 친정으로 가지 뭡니까. 아들도 제아내가 편하게 느끼는 곳에 있고 싶어하니 결혼시키면 오히려 아들을 뺏기게 된답니다』

 다른 어머니가 이런 중재안을 내놓았다.

 『아이들이 외국에서 오기전에 양가의 어머니들끼리 의논해서 어느집에 며칠씩 머무르게 합시다 라고 정하는게 좋아요. 귀국 첫날은 시댁, 다음날은 친정, 하는 식으로 미리 정해두자구요. 우리 부부도 딸 내외를 맞으러 공항에 갔다가 그애들이 시댁식구들과 떠나버릴 때 둘이서 우두커니 서있었던 적이 있어요』

 옛날 부모들은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로 많은 자녀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는데, 한두자녀에게 온갖 정성을 쏟는 요즘 부모들의 사랑은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녀들은 항상 부모들이 섭섭하지 않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 특히 결혼한 후엔 양가의 부모를 두루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내리사랑」에만 길들여진 자녀들도 성년이 되면 부모생각에 가슴 젖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한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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