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대학입시철이 되어 수학능력시험이나 대학별 고사의 최고득점자들이 발표되면 우리는 그 젊은 수재들을 보는것만으로도 기쁘다. 더구나 그 수재가 가난한 집 자녀일때, 청소원인 아버지와 파출부인 어머니의 착한 아들 딸이라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을때, 우리는 감동한다. 수석합격자들은 으레『과외라곤 해본일이 없고 혼자서 예습 복습을 충실하게 했을뿐』이라고 말하는데, 좀 의심스럽더라도 우선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과외, 과외하고 온나라가 야단들이지만, 노력하는 학생들은 어떤 환경속에서도 이길수 있다는것을 사람들은 믿고 싶어 한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 10명중 7명이 과외공부를 했다는 서울대 학생생활연구소의 조사결과는 실망스럽다. 학원수강(57.8%)이외에 개인지도(25.4%) 그룹지도(15.2%) 가정교사(1.6%)등의 고액과외가 42.2%나 된다는 사실은 더욱 씁쓸하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의하면 작년에 지출된 과외비는 총 5조8천억원, 서울 고교생들의 월평균 과외비는 52만원이나 되는데, 서울대 신입생의 대다수가 그정도 과외비를 쓸수있는 가정출신이라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대 신입생의 과외경험은 해마다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92년 51%, 93년 62%에서 올해 70.8%로 뛰어올랐다. 서울대가 본고사 폐지의 결단을 내리지 않는한 내년에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만일 서울대 신입생의 90%가 과외지도를 받았다고 대답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충격적인 사태다. 가난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계층이동 할수있는 기회는 바늘구멍처럼 좁아지고, 돈으로 채찍질해 키운 자녀들이 상층부를 차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 우리사회의 희망은 줄어들고,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공교육의 위신은 땅에 떨어지게 된다.
논술시험에는 논술과외, 본고사에는 본고사 과외가 성행했듯 면접을 점수화하면 틀림없이 면접과외가 등장할것이다. 어떤 입시정책이 나와도 학부모들은 과외로 대응할것이다. 과외열풍을 잡는것은 누구하나의 힘으로 될일이 아니지만, 서울대는 마땅히 과외를 줄일수있는 입시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우수한 학생을 뽑는다는 명분으로 본고사를 고집하는 자세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해마다 신입생의 과외공부 경험을 조사만 할뿐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 무신경이 어이없게 느껴진다. 서울대는 우수한 학생 선발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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