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시설 공습 컴퓨터로 실험/방사능 낙진 확산없이 파괴 자신/북 핵무기 사용땐 대량보복 대응/럭 사령관,전쟁나면 100만명 희생 예측/미군 1만증파 압력가중 점진해결 방안도 미국방부는 탈냉전시대를 맞아 핵확산대응전이라는 새 전략개념을 마련했으나 북한 김일성의 핵의도는 알 수 없었다.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 검토에 들어갔다. 하나는 북한 원자로에 대한 공습이고 다른 하나는 주한미군을 1만명이상 증강시키는 방안이었다. 또 수십만명의 병력을 공수하는 여러 전면전 계획도 구체적으로 검토됐다.
페리장관은 클린턴대통령에게 브리핑을 하기 위해 게리 럭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백악관으로 갔다. 럭사령관은 한반도에 재래식 전쟁이 나면 미군 8만∼10만명을 포함, 1백만명이상의 희생자를 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쟁 경비는 총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백악관측은 우선 김일성의 의중을 타진키로 하고 리처드 루거, 샘 넌 등 두 상원의원에게 방북을 요청했다. 5월 25일 아침 두 상원의원은 모든 짐을 챙겨 군수송기가 있는 앤드루공군기지에서 대기했다. 그러나 북한측은 간접경로를 통해 김일성이 너무 바빠 의원들을 만날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럭사령관이나 국방부 전쟁기획관들은 만약 북한이 한개의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이 대량보복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상정하고 있었다. 페리장관은 앞날을 더 걱정했다. 특히 북한의 핵보유는 일본, 한국, 타이완(대만)등으로 하여금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를 거부하고 자위를 위한 핵보유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핵위기가 고조될 무렵 뉴멕시코주 로스앨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도 핵확산저항팀이 컴퓨터로 북한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모의실험을 했다. 문제는 김일성이 한두개의 핵무기를 다른 곳에 숨겨놓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땅굴속에 핵폭탄을 숨겨놓았다면 이를 파괴하는 방법은 다수의 미핵무기를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는 생각할 수도 없는 접근방식이었다.
페리장관은 6월중순까지 두가지 결론을 내렸다. 첫째는 공습계획을 검토한 결과 방사능 낙진을 확산시키지 않고도 북한의 원자로를 없애버릴 기술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공습계획을 건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공습계획은 한국, 일본등이 전쟁발발가능성 때문에 강력 반대했다.
페리장관은 그대신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대북한 압력을 가중시키는 점진적 접근방식을 택했다. 즉 평양측에 대해 주한미군증강이 특별한 침공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분명히 하면서 1만명의 미병력을 증파하는 안을 추진키로 했다.
6월16일 페리장관과 럭사령관은 이같은 계획을 갖고 백악관을 방문했다.
그러나 페리장관이 백악관에서 군사력증강계획을 브리핑할 때 북한을 방문한 카터전대통령은 김일성이 미국의 외교적 양보를 조건으로 핵동결에 합의했다고 백악관에 전화로 보고해왔다. 카터는 곧 모든 내용을 CNN에 생방송하겠다고 밝혔고 클린턴대통령과 고어부통령, 페리장관, 럭사령관, 갈루치대사등은 백악관 TV앞에서 카터의 발표내용을 TV로 시청했다.
김일성은 이제 죽었으나 페리장관은 그의 아들 김정일이 미국의 핵억제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여전히 잘 모르고 있다.
핵억제력은 핵보유 적대국의 「자산가치에 관한」어떤 믿음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김일성처럼, 적국의 지도자가 예측이 어려운 인물이거나 만약 상대방이 광적이거나 인류미래에 대한 가치를 두지 않을 경우 핵억제력은 붕괴한다.
작년 가을 미국은 「재빠른 댄서」라는 암호명으로 걸프지역과 한반도에서 2개전쟁이 거의 동시에 발발하는 경우의 모의 전쟁실험을 실시했다.
한반도의 경우 김정일이 한국항구에 화학무기를 발사하고 상륙지점을 봉쇄하고 수천명의 미군을 중독시키는 경우를 상정했다. 하나의 대안은 북한에 대해 전술핵무기로 보복하는 것인데 모의전쟁 실험자들도 미대통령이 핵보복을 승인할 것이라고는 동의할 수 없었다. 또 화학무기 보복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두번째 대안은 대륙간 탄도탄에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탄두를 탑재, 북한으로 발사하는 것인데 모의 실험자들은 이 대안에 대해서도 주저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ICBM을 발사할 경우 중국상공을 날아가야 하는데 중국이 과연 이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 모의전쟁 게임은 수개월간 계속됐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핵무기의 미래에 관해 더욱 혼란스런 생각을 갖게 됐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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