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업계·월가 “일파만파”/시세 40%높은 조건… 이튼 회장 “생각없다”/“주가 높이기위한 술수” 분석도 미국 3위의 자동차회사 크라이슬러사의 최대주주인 커크 커코리언(77)과 리 아이아코카 전회장(70)이 12일 이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자동차업계와 월 가가 술렁대고 있다.
기업인수합병은 하루에도 쉴새없이 계속되는 월 스트리트이지만 이번 인수제의의 경우 규모가 2백28억달러나 되는데다 자동차회사 빅3중 하나의 주인이 바뀐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인수합병중 최대규모는 89년 담배·식품업체인 RJR 나비스코가 기록한 2백50억달러. 크라이슬러 인수제안은 이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큰 것이다. 커코리언의 크라이슬러 인수조건은 현 시세보다 40%나 높은 주당 55달러를 지불하겠다는 것.
그러나 정작 크라이슬러측의 즉각적인 반응은 『매입제안을 검토는 해보겠지만 회사를 팔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크라이슬러는 지난 3년간 미국자동차 3사중 가장 높은 수익과 건실한 경영상태를 자랑해 왔고 바야흐로 본격적인 경영호조가 무르익어 가려는 단계. 지난해 크라이슬러의 수익은 37억달러로 69년전 창사이래 최고였다. 회사측으로서는 새 주인이 들어서 나타날 변화를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모험을 하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로버트 이튼 회장이 이날 이사회를 마친뒤 『크라이슬러를 모험속에 넣을 수 없다』고 한 말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 커코리언은 크라이슬러 전체주식의 10%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크라이슬러가 파산위기에 몰렸던 80년대에 주당 10달러정도의 헐값에 이 회사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으며 그 후 지분비율을 계속 늘려왔다. 기업인수합병의 귀재인 그가 매입에 나선 회사는 주가가 오르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아이아코카 전회장은 파산직전의 크라이슬러를 소생시키고 본궤도에 올린 뒤 지난 92년 은퇴한 전설적인 경영가. 그는 5천만달러 어치의 크라이슬러 주식을 갖고 있다.
이날 커코리언소유의 MGM사 라스베가스 본부에서 이 제안이 발표되자 크라이슬러 주식의 폐장가는 전날보다 9달러50센트나 오른 48·75달러의 폭등세를 기록했다. 또 자동차업계는 발표의 전격성에 모두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라이슬러 인수가 정말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부분의 월가 분석가들은 커코리언의 이 제안이 단순히 주가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제스처일 수 있다는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자신의 제안대로만 해도 현재 커코리언이 보유하고 있는 크라이슬러 주식은 가만히 앉아서 20억달러 수준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특히 커코리언이 인수대금 2백28억달러의 재원마련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증권가의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대개의 경우 미국의 기업인수합병 발표 때는 재원조달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함께 제시되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이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커코리언 누구/연예·카지노 황제… 미 23번째 갑부/중학중퇴·한때 복서활동… 최대도박장 MGM소유
크라이슬러사을 사겠다고 나선 커크 커코리언(77)은 호텔·카지노·연예 재벌출신의 은퇴한 기업가다.
미포브스지는 지난해 10월 그가 25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미국내 23번째 부자라고 보도했다.
중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한때 권투선수로도 활동했던 커코리언은 항공분야 사업가로 성공한 뒤 카지노 사업과 할리우드 연예산업에 뛰어들어 큰 돈을 벌었다. 그는 60∼70년대에 웨스턴항공을 운영했고 69년에는 할리우드의 간판격인 MGM영화사 지분 40%를 사들여 이 회사를 장악했다. 그는 특히 86년과 88년 MGM영화사를 두차례나 사고 팔면서 막대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도 가장 큰 도박장 겸 호텔인 MGM그랜드사의 주식 75%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이미 크라이슬러사의 최대 주주로 10%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 나머지 90% 지분을 마저 사겠다고 제의함으로써 크라이슬러사의 1백%주인이 되려는「야심」을 드러냈다.<오미환 기자>오미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